칸영화제, 아시아영화 약진..문병곤 단편상
최고 평점 ‘블루 이즈…’ 황금종려상, 현지 평점 순위와 비슷
한국·중국·일본 작품, 나란히 본상 수상
도난·총기사고 잇달아…’가짜 싸이’ 소동까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큰 이변은 없었다. 평단과 언론의 현지 평가와 비슷하게 수상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 중국, 일본 작품이 나란히 본상을 하나씩 수상하면서 아시아 영화의 강세를 보여줬다.
하지만 영화제 초반 잇달아 발생한 도난·총기 사고는 오점을 남겼다. 월드스타 싸이의 유명세를 이용한 ‘가짜 싸이’ 소동도 화제가 됐다.
‘블루 이즈…’ 황금 종려상…현지 예상 적중
26일(현지시간) 열린 제66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는 튀니지 출신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Blue Is The Warmest Colour)가 황금종려상을 받아 현지의 예상을 적중시켰다.
두 젊은 여성의 동성애를 그린 영화는 영화제 막바지인 23일 공식 상영된 뒤 올해 칸의 뜨거운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찬사가 줄을 이었으며, 영화 전문지가 일제히 호평을 쏟아냈다.
스크린데일리의 영화제 일일 소식지에서도 평론가들의 평점 3.6점(4점 만점)을 받아 다른 영화를 압도했다.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는 15명 가운데 무려 11명에게서 황금종려 잎사귀로 표시되는 4점 만점을 받았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라고 극찬했다.
이 영화의 공식 상영 전까지 스크린데일리 평점 3.3점으로 최고점을 달리던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Inside Llewyn Davis)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남녀 주연상을 받은 ‘네브라스카'(Nebraska)와 ‘더 패스트'(The Past) 역시 각각 3.1점, 2.8점으로 수상권 안에 있는 영화였다.
영화제 초반 기대작 중 하나였던 니컬러스 윈딩 레픈의 ‘온리 갓 포기브스'(Only God Forgives)는 1.5점의 낮은 평점을 받았고 심사위원에게도 외면당했다.
거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비너스 인 퍼'(Venus In Fur)도 전작만 못하다는 평을 받으며 수상에 실패했다.
반면 평점 1.6점으로 꼴찌에서 세 번째였던 멕시코 감독 아마트 에스칼란테의 ‘헬리'(Heli)가 감독상을 받은 것은 의외의 결과로 꼽힌다.
아시아 영화 강세…나란히 수상
영화제 초반부터 강세를 보인 아시아 영화는 대거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감독 특유의 섬세한 드라마가 살아있다는 호평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라이크 파더, 라이크 선'(Like Father, Like Son)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로 2004년 칸영화제에서 주연배우 야기라 유야에게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안긴 데 이어 두 번째로 칸과 인연을 맺었다.
중국 지아장커 감독의 ‘어 터치 오브 신'(A Touch of Sin) 역시 평점 3점으로 상위권에 속해 있다가 결국 각본상을 받았다. 2006년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그는 칸영화제에는 네 번째로 초청돼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는 올해 칸의 장편 경쟁 부문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두 번째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저력을 과시했다.
영화는 거의 완성됐지만 후반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해 영화제에 출품하지 못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 상업 영화인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 등은 영화제 기간 열린 필름마켓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심사위원 성향 따라 드라마 강한 작품 수상
고레에다나 지아장커의 작품을 비롯해 올해 특히 드라마가 강한 영화들이 상을 받은 것은 심사위원의 성향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심사위원장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맡았고, 대만 출신 거장 리안 감독, 스타 배우 니콜 키드먼, 독일 출신의 연기파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 일본 감독 가와세 나오미, 프랑스 배우 다니엘 오떼유,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안 문쥬, 스코틀랜드 출신 여류 감독 린 램지, 인도 여배우 비드야 발란 등이 심사위원단에 합류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한 발언권을 지녔을 스티븐 스필버그나 리안,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 니콜 키드먼 등은 고유한 스타일이 살아있으면서도 서사와 드라마가 강한 작품을 선호하는 이들이다.
도난·총기 사고 잇달아…’가짜 싸이’도 등장
올해 칸 영화제는 유난히 사건·사고가 잦았다.
영화제 초반인 지난 17일 영화제 심사위원인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가 칸 해변의 한 호텔 앞에서 현지 매체와 인터뷰하던 중 인근에서 들린 두 차례의 총소리 때문에 인터뷰를 중단하고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앞서 이날 새벽에는 유명한 보석 브랜드 쇼파드가 레드카펫에 서는 스타에게 빌려주려고 가져온 100만 달러 이상의 제품이 도난당했다. 보석 도난 사건은 23일에도 발생해 칸 영화제 참석자를 위한 파티가 끝난 뒤 260만 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사라지기도 했다.
중국의 최대 투자배급사인 ‘차이나 필름 그룹’ 부사장이 묵는 호텔 등에 잇달아 도둑이 들어 거액이 없어지기도 했다.
월드 스타로 부상한 한국 가수 싸이의 유명세를 이용한 ‘가짜 싸이’가 등장, 칸 외곽의 고성에서 열린 고급 파티에 참석해 유명인과 사진을 찍고 고급 와인을 마셔대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을 부르고 말춤까지 추며 분위기를 띄우는 ‘가짜 싸이’에게 대부분 감쪽같이 속았으나 이런 행각이 며칠간 이어지며 결국 꼬리를 밟혔다. 그는 한국 입양인 출신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