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11일 총선…첫 민주적 정권교체
친이슬람 정당 승리 예상…미국의 대테러전 ‘삐걱’ 우려
파키스탄 총선이 오는 11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선 하원 전체 의석 342석 중 여성과 소수종교 할당의석을 제외한 272석을 놓고 4600여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동시에 실시되는 주의회 의원(577석)선거에는 1만9000여명이 입후보했다.
총선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947년 독립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가 실현된다.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인도가 독립할 즈음 이슬람 세력이 별도로 뛰쳐나와 세운 파키스탄은 지금까지 세차례의 군부 쿠데타를 겪었다. 역대 27명의 총리가 한번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선 친이슬람 성향의 야당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미국의 미완성 대테러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친이슬람 성향 제1당 승리 유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41%의 지지율로 17%에 그친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을 크게 앞섰다.
PPP의 부진은 공약 미이행에다 부패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PPP 총재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부임 겸 전 총리인 베나지르 부토는 2008년 총선 직전에 암살됐다. 국민의 동정표에 힘입어 정권을 잡은 PPP는 경제회복, 테러근절 등을 약속했으나 어느 것 하나 지키지 못했다. 경제성장률은 수년째 2∼4%에 머물러 있고 파키스탄탈레반(TTP)의 준동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여기에다 자르다리와 부토가 1990년대 뇌물을 받아 스위스 은행에서 세탁했다는 혐의가 PPP 정권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전 총리는 이 혐의에 대한 수사를 스위스 당국이 재개하도록 하라는 사법부 요청을 계속 거부해오다가 총리직을 박탈당했다. 길라니 후임인 페르베즈 아슈라프 전 총리도 자신과 관련된 수뢰혐의로 지난달 출마자격을 금지당했다.
이번 총선의 변수로 꼽히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도 지난달 4년여 망명생활을 접고 귀국해 출마하려 했으나 좌절됐다. 부토 암살방조 및 비상사태 선포 등의 혐의로 체포됐기 때문이다.
막강해진 파키스탄탈레반(TTP)
2007년 말 다양한 성전단체가 결성해 탄생한 TTP는 파키스탄 북서부를 거점으로 끊임없이 정부측을 공격해왔다. 미국의 대테러전에 협력했다는 이유에서다.
TTP는 이번 총선에 즈임해 PPP와 그 연정 파트너인 아와미인민당(ANP), 무타히다 카우미 운동(MQM) 등 세속주의 정당을 겨냥한 폭력을 주도해 왔다.
AFP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초 이래 지금까지 110명이 ‘정치테러’에 희생됐다.
반면 PML-N과 크리켓 국민스타 출신인 임란 칸이 이끄는 테흐리크-에-인사프(PTI)는 친이슬람 정당으로 간주돼 자유롭게 유세전을 펼쳐왔다.
선거당국은 총선 당일 투표소에 60만명 이상의 보안요원을 투입,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가 실시한 바에 따르면 파키스탄인들은 탈레반이 파키스탄의 ‘앙숙’ 인도와 대등할 정도의 위협적 존재로 성장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은 독립 이래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문제 등으로 인도와 세차례 전쟁을 치렀다.
미국의 대테러전 어떻게 되나
PML-N을 이끄는 샤리프는 1990년대 두 차례 총리를 지낸 인물로 이번에 과반득표에 성공하면 세번째로 총리 자리에 오른다. 과반득표에 실패하면 PTI와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아프간 정책을 반대해온 그는 집권시 TTP와 평화협상을 벌여 테러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는 최근 지속된 탈레반측의 테러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탈레반과 가까운 샤리프가 집권하면 미국으로서는 골치를 앓게 된다. 미국은 10년이 넘은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아프간에 들여보낸 군수품을 본국 또는 다른 지역으로 옮길 때 파키스탄 육로를 이용해야 한다. 파키스탄이 미국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미국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안은 중앙아시아를 통해 군수품을 빼내는 것으로 이미 언급되고 있지만 이 경우 비용부담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아프간과 가까운 파키스탄 접경지역에는 TTP 외에 아프간탈레반 등 여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은신하고 있다. 아프간 탈레반은 수시로 국경을 넘어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을 공격해오고 있다. 미국은 그간 접경지역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척결을 파키스탄측에 요구해왔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