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중·러 전망은?

'김정은 시대' 중·러 전망은?

중 “군부쿠데타, 민중시위 가능성 희박”

러 “김정은시대 중국이 핵심역할 할 것”

 

러시아의 라디오방송 <보이스 오브 러시아>(english.ruvr.ru)는 22일 “북한 김정은이 1년 전부터?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됐고 그 뒤로 항상 아버지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을 위한 노래가 만들어지고 그의 얼굴 사진이 각종 미디어에 등장했으며, 그의 이름은 굵은 서체로 강조됐다는 점도 거론했다.

중국매체들도 “지도자 김정일이 사망한 북한이 군부 쿠데타나 민중 시위 같은 돌발적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연일?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아직 이런 보도들과 정확히 부합하지는 않는다. 짧은 기간의 정치 및 행정경험의 김정은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고, 무엇보다 30살이 채 안된 그가 어떤 분야에서든 실례로 보여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곧잘 ‘왕국(王國)’처럼 묘사되긴 하지만 북한에도 정치세력 간 대립이 있고, ‘정치인과 관료사회 사이’ 또는 ‘군부와 군수산업 엘리트’ 사이의 내밀한 갈등은 충분히 있어왔기 때문에, 불안정성의 불씨는 항상 내재돼 있다. 중국과 러시아 소재 동아시아 전문연구소들의 분석이 그렇다.

원자바오 총리, “김정은 동지의 지도로써…”

신화사의 지난 19일 이후 보도를 보면, 중국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체제를 완전히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수차례 부각시키고 있다.

신화사는 20일자 평양발 기사에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이 북한 지도자였던 아버지 빈소에서 추모의 예를 갖췄다”고 보도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21일 베이징 소재 북한 대사관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하는 자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은 조선노동당(WPK)과 김정은 동무의 지도 아래 슬픔을 딛고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해 새로운 장정에 오를 것”이라고 조사(弔辭)를 했다.

중국이 바라보는 북한과 북한 스스로가 바라보는 북한은 물론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선군정치(先軍政治) 체제를 고수하는 한 북한은 여전히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체제를 유지 발전시킬 것이고, 이는 재정 등 국민경제적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아니겠지만,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그런 북한의 발전모델에 성급하게 개입할 의사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스타일이 아니다.

러시아 소재 ‘동남아시아 호주 오세아니아 연구센터’의 드미트리 모시야코프(Dmitry Mosyakov) 이사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핵심권력은 먼저 군사엘리트이고 그 다음이? 산업엘리트”라면서 “두 집단은 그러나 핵을 포함한 무기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긴밀하다”고 밝혔다. 그는 “핵 개발과 무기 등 군수산업 인프라를 보강하기 위한 재정조달 등은 북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깊숙하게 개입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면, 북한의 통치기조는 당분간 종전처럼 유지된다는 해석이다.

한번도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

외신에 등장한 동아시아, 특히 북한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김정은에 대해 알려진 사례가 없다는 점을 ‘북한 미래 불확실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2008년 김정일이 쓰러졌을 당시 인척인 측근들이 대리 권력의 양상을 보여준 만큼 이들이 당분간 김정은 체제 안착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북의 미래에 절대적이고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돌발사태 가능성은 낮게 전망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콘스탄틴 아스몰로프(Konstantin Asmolov)는 “교육 수준이 높고 젊으며 국정운영에서 입증될 만한 행정경험이 부족한 점을 빼고 김정은은 아직 미스터리 속에 있다”고 말했다.

또 “젊은 지도자에게 독립적 의사결정이 허용되지는 않을 것이며 2008년 김정일이 쓰러졌을 당시 지도력을 행사했던 고모부 장성택과 고모 김경희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컬럼비아대 한국연구센터 이사인 찰스 암스트롱(Charles Armstrong)도 “지금으로서는 북의 정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동양연구소(Russian Institute of Oriental Studies)의 한반도 전문가 알렉산더 포론트소프(Alexander Vorontsov)는 “후계 수업기간이 1년 밖에 안 된 김정은은 정치적 훈련 시간이 부족해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북한 정부의 도움을 받을 것이며 북한은 여전히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에는 중국이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시야코프는 “북한 내부적으로는 군부, 정치세력(공산당), 안보집단, 산업 인텔리 순으로 향후 체제 안정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며, 외부적으로 중국이 핵심 역할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착륙을 어렵게 하는 것들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를 바라보는 북한 고위급 인사들은 김정일에게 그랬듯?김정은에게도 협력할 것인가. 동아시아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정치’ 차원과 ‘국가 제도적 장악력’ 차원의 문제로 크게 나누어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치적 문제는 김정일의 정치적 동지들이 김정은의 측근으로 다시 뭉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 국가통치 차원의 제도적 장악력 문제는 군부와 공산당 고위관료들이 김정은에게 협력할지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사망 이전에 이미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취임해 있어 군부 통치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아무리 선군정치 체제라 하더라도 군산복합 산업조직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 관료들을 단기간 내에 장악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 내부사정을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필요한?자료가 별로 없는 가운데, 특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관료사회의 지배구조를 개연성만 갖고 추측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친이 김정은의 지도력을 만들어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크든 작든 김정은이 실제 행정 또는 정치사례로 능력이나 지도력을 입증한 것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관료사회를 장악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각종 변수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능성 낮은 최악의 시나리오

북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사회 내부에서 절대 권력의 공백기에 나타날 수 있는 세력 간 다툼, 그에 따른 민주화 요구 분출 등 정치적 혼란과 주변국 도발 가능성이다.

모시야코프는 “이 지점에서 김정은의 역할이 주목되는데, 후계자 김정은이 확실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가난에 지친 북한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남한과 일본 등 주변국에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10기가 있다는 정도로밖에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핵제조시설과 로켓발사장치 통제가 불가능해지고 군부의 이탈 등으로 이어지면 예측불능의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다”면서 “이는 남한과 일본에 직접적인 안보위협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모시야코프는? “김정은이 2~3주 내의 가까운 시일 이내에 안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외교정책에 큰 변화를 수반하는 적극적 조치가 뒤따를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한과 미국이 평양의 현재 상황에서 반사이득을 누리려 하지 북에 위협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연구소 한국학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Georgy Toloraya)는 “남한이 북 체제 붕괴를 위한 노력 차원에서 북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남한이 그렇게 대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럴 경우 비극적인 결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