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만의 대중음악산책] 찬송가는 한국 서양음악의 전령
1882년(고종 19년) 조미수호통상 체결 후 조선의 쇄국정책이 풀리고 의료·교육분야 선교사 입국이 허용되면서 미국선교사들이 조선에 오고 싶어 했다.
최초의 감리교 선교사로 예일대 출신 의사인 아펜젤러(Henry Grehart Appenzeller, 1858~1902)는 감리교 해외 여선교회 선교사인 부인 스크랜톤(Mary.F.Scranton 1833~1909)과 함께 1884년 12월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일본에서 합류한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1859~1916)와 3월31일 상선 미쓰비시호에 오른다.
일행은 나가사키항을 출발해 부산을 거쳐 1885년 4월5일 제물포에 도착했다. 이들은 9월27일 14명의 신자와 함께 예배를 드렸는데 이것이 현재의 새문안교회 창립예배다. 같은 해 10월9일 아펜젤러도 정동 벧엘예배당(현 정동제일교회)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새문안교회와 정동제일교회는 각각 장로교와 감리교의 모체가 됐다.
이들은 한국에 근대식 학교를 세웠다. 아펜젤러가 1886년 배재학당, 스크랜톤 부인은 같은 해 이화학당, 언더우드는 1887년 경신학교를?세웠다.
선교사들의 입국과 함께 서양의 새 문물이 물밀듯 들어오는 과정에서 서양음악도 같이 왔다. 박해 받던 종교가 공인되어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1886년 배재학당 입학식에서 학생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드렸다. 이는 공식적으로 서양음악을 받아들인 최초의 기록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체계적인 서양음악 교육을 받으면서 기독교가 한국음악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일반인들은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 교회에서 찬송가로 서양음악을 익혔다. 서양음악은 찬송가를 중심으로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처럼 찬송가는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 교회음악 이전에 서양음악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인식됐다.
당시엔 성경책이 한글로 번역 출간돼 이를 읽기 위해 한글을 배워야 했다.?기독교가 한글보급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1917년 춘원 이광수는 ‘예수교의 조선에 준 은혜’란 글에서 성경과 찬송가가 한글로 번역, 보급되면서 한글의 권위가 생겼다고 말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첫번째 유행한 우리노래(민중가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근대화 과정에서 민심불안과 국정혼란으로 곳곳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났는데, 그 중 동학혁명이 대표적이다. 1894년 2월15일 동학교도와 전봉준을 주축으로 농민들이 부패한 정치에 반발해 궐기했다. 그러나 전봉준은 체포되고 법무대신 서광범에게 사형을 언도받아 41살 나이에 고혼이 되었다. 이때 ‘파랑새’ 노래가 유행했다.
쇠야 쇠야 팔한 쇠야 (새야 새야 파랑 새야)
녹두 밧테 안지 마라 (녹두 밭에 앉지 마라)
녹두 꼿치 떨어 지면 (녹두 꽃이 떨어 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청포 장수 울고 간다)?
파랑새:농민 탄압하는 일본군
녹두밭:농민군
녹두장군:동학 농민군의 지도자(전봉준)
녹두꽃:농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걱정
청포장수:조선의 민중
이 노래는 전봉준과 농민군의 패전으로 전사한 남편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만가(晩歌)로 미망인들이 불렀다. 그후 호남지방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의 자장가로 오랫동안 불리운 서글픈 노래다.
황제탄신축가
<황제탄신축가>는 서양음악이 도입되면서 그리스도 사상을 제일 먼저 담아낸 노래다. 1896년 7월25일 고종탄신일을 맞이해 새문안교회가 드린 경축예배에서?나온 곡이다. 작자는 미상이고 영국국가의 곡조에 맞춰 불렸다.
높으신 상주님 자비론 상주님
궁휼히 보소서
이 나라 이 땅을 지켜 주옵시고
오 주여 이 나라 보우하소서?
이 노래는 1950년대 발행한 합동찬송가 468장에 수록돼 있으며 우선 가사만을 우리 것으로 하고 곡은 외국곡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서양음악의 적용과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내용면에서도 “오 주여 이 나라 보우하소서”하는 구절에서 보듯 그리스도사상이 왕실에도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두 노래는?자유평등사상으로서의 ‘동학혁명사상’과 서양의 평등사상인 ‘그리스도사상’이 교차하는 시대에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고자 하는 민중의 뜻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새야새야 파랑새야-신일OB합창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