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산하에서 영면에 든 캄보디아의 왕


고 시아누크 국왕의 영정 앞에서 통곡하는 캄보디아 국민들의 눈물에는 야만적 제국주의와 이념을 앞세운 폭압적 철권통치의 시대를 견뎌낸 회한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5일 이른 아침 캄보디아 프놈펜 왕궁 근처 메루 정원(Meru field)에서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의 다비식이 거행됐다. 불교의 장례를 가리키는 ‘다비식’은 망자의 육신을 화장(火葬)한 뒤 유골을 수습하는 의식이다.

시아누크 국왕의 다비식을 주관한 캄보디아 불교 중정이자 최고승려인 뗏봉 스님(가운데).

전통불교의식에 따라 약 3시간 동안 치러진 이날 행사는 캄보디아 불교 중정이자 최고승려인 뗏봉 스님이 주관했다.

왕실가족들은 다비식 이후 국왕의 유골 일부와 타다 남은 재 일부를 메콩강 선착장으로 옮겼다. 용이 그려진 장례용 특별배에 고인의 유골을 싣고 수도 프놈펜을 지나는 메콩강과 똔레바삭강, 똔레삽강에 골고루 뼛가루를 뿌렸다.

나머지 국왕의 유골은 역대 선왕들과 마찬가지로 유골함에 담겨 왕궁 안에 안치됐다. 크메르 장례 전통에 따라 왕실 소속의 남자들은 모두 삭발을 한 채 유골을 모신 운구행렬의 뒤를 따랐다. 오전 10시30분쯤 모든 행사가 끝났다.

제국주의의 침탈과 이념을 앞세운 반인륜적 독재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국 캄보디아의 운명과 함께 90년을 살다간 고인의 혼백은 그렇게 조국 산하에 뿌리를 내렸다.

그의 장례식을 위해 76만 파운드를 들여 지은 화장터는 캄보디아 전통에 따라 해체될 예정이다.

<글·사진 / 프놈펜=박정연 통신원?planet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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