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악 스모그 “숨 쉬기가 무서워요”
강력한 스모그 현상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중국인들이 당국에 분노의 화살을 돌렸다.
곧 총리 자리에 오를 실세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총대를 메고 민심 수습에 나서봤지만 국민의 시선은 싸늘했다.
더욱이 이번 스모그는 최고 지도부를 비롯한 관리들이 누리는 각종 특혜가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내년 전인대를 열고 정권 이양을 마무리해야 하는 당국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6일부터 중국 중북부 지방을 뒤덮은 스모그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지만 중국 누리꾼들의 당국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리 부총리에게까지 노골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이는 중국인들이 이번 스모그 사태에 얼마나 분노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이다.
리 부총리가 15일 열린 공기 질 개선 회의에서 “문제 해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반드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기사 밑에는 비판성 댓글이 대거 달렸다.
누리꾼 아이비랑(愛比狼)은 ‘도대체 뭘 한다는 거냐, 빨리 대책을 내놓기나 해라”고 질책했고, 누리꾼 가오천(高琛)은 ‘이미 너무 늦었다”고 꼬집었다.
인터넷 관리 당국은 검열 시스템을 가동, 심각한 내용의 비판 글이 올라오는 대로 삭제하고 있지만 실시간으로 수없이 밀려드는 비판 글을 모두 차단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리 부총리 관련 기사에 아예 댓글을 달 수 없게 하는 임시 조처를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환경부가 공기 청정기를 사겠다고 입찰 공고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많은 누리꾼은 환경부가 스모그 현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인 10일 공기 청정기 구입 입찰 공고를 낸 것을 가리켜 “선견지명이 있다”고 비꼬았다.
비판의 불똥은 최고 지도부로까지 튀었다.
누리꾼들은 최고 지도부의 거처 겸 집무실인 중난하이(中南海) 곳곳에 특수 공기 청정기가 설치됐다는 글을 잇따라 올리면서 대기 오염으로 희생되는 것은 서민들뿐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홍콩 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지난 2011년 후난성에 있는 공기 청정기 제조사인 브로드그룹이 중난하이 내부에 최소 200개의 공기 정화기를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기 청정기는 집무실과 회의실은 물론 수영장, 헬스클럽까지 거의 모든 곳에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꾼 후루이(胡瑞)는 큐큐닷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중난하이에는 특별히 공급되는 공기가 있으므로 그들은 우리 같은 보통 국민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 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차대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