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喜壽) 경기고동창생들의 송년회··· “이보다 행복할 순 없다”

<사진=김남주 기자>

영하 10도를 밑도는 10일 낮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 로얄룸엔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 60여명이 빙 둘러 앉아 20일 남짓 남은 임진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경기고 50회 송년회 자리.

1948년 입학(당시는 6년제였기에 중학 입학을 기준으로 했다 한다)해 ‘64년째 동창생’인 이들은 국민의례로 시작해 교가로 마친 이날 송년회가 아쉬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문인모(77) 동문은 “당시 입학생은 6학급 360여명이었는데, 전쟁 통에 몇 십명이 더 들어오고 하여 400여명이 졸업했다”며 “의용군 등으로 나가 실종되거나 숨진 친구들도 수십명은 된다”고 했다. 동창 가운데는 안기부장을 지낸 김덕씨, 전 국회의원 이자헌씨 등이 있다.

전체 졸업생 가운데 200명 가까이 외국으로 이민 가고 현재 한국에는 100명 안팎이?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자신들의 졸업깃수인 50회를 기념해 5월10일과 연말 송년회 때 만나 추억을 나눈다.

“화동 1번지 옛 경기중학으로 입학해 6·25 전쟁 나고 뿔뿔이 흩어졌다가 휴전 후 덕수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졸업식은 덕수궁에서 했지요.”

파란만장한 세월을 뚫고 온 노신사들의?아름다운 흔적이 곳곳에 배긴 ‘경기고 50회 홈페이지’를 찾았다.?2012년 3월24일 나성옹(羅城翁, LA거주 동문인 듯)이 올린 아래의 글귀가 짠하게?다가왔다.

‘인생이라는 교향악’

인생이라는 교향악은
우리의 하루하루가 모여 연주된다.

세월의 어느 한 순간도 인생이라는
교향악에서 제외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삐걱대고 절룩거리는
인생의 시기는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라는
교향악이 멈추지는 않는 법이다.

좋았던 시절, 힘들었던 시절,
행복한 추억, 아픈 추억, 즐거웠던 순간,

안타까웠던 순간들이 함께 모여
우리의 인생 교향악이 연주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월 중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버리고 싶다고 해서 인생을 편집하듯
잘라내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먼 훗날 우리가
인생의 교향악을 끝낼 즈음이 되면

우리는 자신만의 인생
교향악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수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남을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는
그런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자신의 인생 교향악을
감상하게 되는 마지막 그 순간에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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