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시진핑 시대, 인도의 선택은?
국내문제에 발목 잡힌 美-中-印, 지역현안에 당분간 집중할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며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고, 중국 후진타오 주석은?시진핑에게 자리를 넘겨주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정치 시나리오의 파장을 아시아에서 느끼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대 인도 관계는 미국에게 그다지 큰 도전은 아닐 것이다.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오바마는 인도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에 관한 발언만 몇 차례 있었을 뿐이다. 재임 이후 오바마는 인도 문제에 관한 한 수동적인 태도에 머물 것으로?보인다.?오바마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려면 인도의 산업이 그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하며 밀어붙일 경우 그는 다른 방법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인도는 선거 기간 내내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후보 양 진영에서 거의 언급된 적이 없다. 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정치행태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분명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저명한 정치 평론가인 라자 모한(Raja Mohan)은 ‘인디안 익스프레스(Indian Express)’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버락 오바마의 재임은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축이 계속 유지될 것을 의미한다. 선거 후 첫 해외 순방에서 오바마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향했으며 중국의 접경 국가인 미얀마와 태국에 들렀다. 미국이?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그동안의 노력을 중국이 무효화 시키려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인도와 미국의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 측면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미국 의료체계 가운데?복제의약품(Generic drugs)?생산과 사용에 관한 것일 것이다.
2008년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제약 회사들이 소비자들의 복제의약품 구매를 막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에서는 어떤 질병이나 사고도 한 가족을 경제적 위기로 몰아넣지 않을 것입니다.” 이 한 문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선거 유세에서 펼친 가장?강력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는 개발도상국의 환자나 소비자들을 미처 고려하지는 못했다.
오바마는 미국 속에서 고립된?채로 혼자 ‘오바마케어(Obamacare)’를 강요할 수 없을 것이며, 인도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미국은 800억달러에 달하는 복제의약품의 가장 큰 시장이며, 미국 의료체계의 75%가 이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회사들은 이 중 10%안팎인 80억 달러 규모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질 좋은 복제의약품을 적당한 가격으로?인도에 계속 수출할 것이다.
의약 및 생명과학 회사인 PwC India의 대표인 Sujay Shetty는 “가격의 압박 가운데 미국 의약품 생산자들은 복제의약품 사용을 늘려 줄 것을 요구할 것이며, 이는 인도 제약회사들의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것이다. 국내 상위 20개 회사들은 이미 미국시장에서 깊게 뿌리를 박고 있으며, 그들은 앞으로 규모뿐만 아니라 가치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핵에너지나 소매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같은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적어도 2014년 총선까지는 인도 국내의 분열된 정치에 대한 강박 때문에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중국과 관련해 재선된 오바마 행정부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등장하면서 새로운 지정학적 시나리오를 판독해야 하게 됐다.?시진핑은 중국 정부와 정치 부패 청산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오래 된 중국 속담을 인용해 시진핑은?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무가 썩지 않고서는 벌레가 자랄 수 없다.”
구체적으로?나라이름을 언급하거나 직접 ‘아랍의 봄’ 현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진핑은 “최근 몇 년 동안 ‘오랜기간 모순의 축적’ 때문에 많은 정권이 무너졌으며, 그것의 주원인은 부패”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의제는 중국의 부패를 확실히 청산하는 것이다. 그 후 안정된 상태에서 중국은 세계질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정치 선도에 미국 오바마가?재선을 통해 앞장서는 상황에서, 시진핑은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나 인도 모두 자국 내 부패와 싸우고 있기 때문에 이들 두 나라는 범세계적 일련의 정치외교 무대에 개입하지 않고?한 발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다.
인도 여당인 국민회의파(Indian National Congress)는 이미 지난 몇 년 간 스캔들로 수렁에 빠졌으며, 부패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인도 정치는 이제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2014년 총선에서 패한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벌어질 사법적 분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세 거인, 즉 미국 중국 인도의 지도자들은?그들 내부의 문제로 인해 좀처럼 외부로 향한 새로운 문을 열려고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과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이 창출된 지금,?당장의 화두는 ‘글로벌’이 아니라 ‘지역주의’란 용어가 더 부합하는 것 같다.
*원문은 아시아엔(The AsiaN)?영문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theasian.asia/archives/45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