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反정부 블로거들, 최고 12년 중형

표현의 자유 억압? 서구 언론의 과도한 해석?…“다른 범죄경력자들” 반론도

앞줄 왼쪽부터 T? Phong T?n씨, Nguy?n V?n H?i씨, han Thanh H?i씨.
베트남 남부지역의 법원에서 3명의 블로거가 반(反)국가 선전 혐의로 최고 12년 형을 선고받아 베트남 지식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반국가선전 혐의 중 하나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칭찬했다는 것이라서 기가 차다는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법원 판결에서 알리아스 뒤 케이(Alias Dieu Cay)씨와 미국 산호세 거주 경력이 있는 블로거 느구옌 반 하이(Nguyen Van Hai)씨는 무려 12년의 구금형이, 경찰 복무 중 해고된 타 퐁 탄(Ta Phong Tan)씨는 10년 형을 각각 받았다.

체제불만세력은 확실

베트남 국영TV에 방영된 재판모습

느구옌 파이 롱(Nguyen Phi Long) 법원장은 “그들의 범죄는 중대해 엄하게 처벌돼야 한다”면서 “베트남 지도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흑색선전을 일삼았으며, 공산당을 비난하고 국가에 대한 인민의 신뢰를 파괴해왔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자신의 죄를 인정한 판 탄 하이(Phan Thanh Hai)씨는 4년 구금형을 받았고, 4명 모두는 구금형기를 다 채운 뒤에도 3~5년간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법원은 느구옌 반 하이씨는 오바마를 고무 찬양한 죄로, 탄(Tan)씨는 무질서를 야기한 혐의로, 각각 사회와 격리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을 보도한 프랑스 관영언론 AFP 보도에 따르면, 느구옌 반 하이씨는 법정 진술에서 “나는 단 한번도 공산주의 국가에 맞선 적이 없다”라고 말했지만, 법정의 마이크가 꺼져있어 이런 진술은 대거 축소됐다.

느구옌 반 하이는 “나는 개별적으로 불의와 부패, 독재적인 인물들 때문에 실망했다는 언급했을 뿐 국가에 대해 말한 게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가 꺼지기 전 그는 “베트남 법에 따르면, 베트남이 소속된 국제조약에 부합되게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를 가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내외 반정부 단체들 전방위 압박

이들 블로거들은 ‘범죄코드 88항’에 따라 일당독재국가에 맞서는 선전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는 인권단체들이 반체제인사를 기소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여러 ‘모호하게 정의된 조항’이다.

이번 재판 결과는 유죄 판결을 받은 블로거들이 자기네 개인적인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금지된 베트남 사이트인 ‘자유 언론인 클럽(Free Journalists Club)’에 부정부패를 규탄하고 베트남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것도 정치적으로 저촉된다는 점과 밀접하다.

베트남은 개인 미디어를 금지하고 있으며, 신문과 TV 등은 모두 국영 언론이다. 지난 5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베트남에서 시민 저널리즘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받은 블로거 뒤 케이(Dieu Cay)와 같은 저널리스트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와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를 포함한 인권단체들은 “3명의 블러거들을 즉각 석방하고 풀어줘라”고 베트남정부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단은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베트남의 언론 자유 지수를 총 179개국 중 172위로 발표했다. 또 구조적으로 사이버 검열제도를 활용하는 까닭에 ‘인터넷의 적성국가’로서 독재국가로 분류했다.

무리한 혐의 입증 거친 뒤 기소

베트남에 거주하는 ‘자유 언론인(Free Journalist)’ 소속 언론인들은 물론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냉소적인 야유를 퍼부었다. 특히 블로거 중 한 명을 검거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경찰이 보여준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베트남 경찰은 반정부 성향의 글을 올린 블로거 알리아스 뒤 케이씨가 단지 약국에서 콘돔을 구입했다는 사실과 숙박업소에서 나오던 그의 방에서 2개의 콘돔이 사용됐다는 것을 근거로 최초 그를 체포해 구금했다. 알리아스 뒤 케이씨가 매매춘을 했다고 추궁하면서 그를 구금한 것이다. 경찰은 그런 뒤 알리아스 뒤 케이씨의 가택을 수사하고 컴퓨터를 조사해 반정부 성향의 글을 찾아내 기소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입증되지 않았던 매매춘 행위는 기소 과정에서 제외됐다.

12년 형을 선고 받은 느구옌 반 하이씨 역시 지난 2008년 조세회피 혐의로 최초로 체포됐다가 나중에 반정부 협의로 기소됐다.

익명을 부탁한 한 네티즌은 “여기저기 도처가 썩었다”면서 정부에 대한 심한 반감을 표시했다. 콘돔 해프닝을 겪은 뒤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 받은 알리아스 뒤 케이에 대해선 “세상에 2분 만에 콘돔 2개를 사용했다면 세계 기록”이라며 법원 판결을 비꼬았다.

서구 언론의 정치적 의도도 엿보여

그러나 현직 베트남 언론인은 블로거들에 대한 중형 선고는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국영 VTV에 근무하는 방송기자 타 민 푸옹(Ta Minh Phuong, 여)씨는 “최근 베트남에서는 두 명의 블로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면서 “AFP 보도는 복잡한 정보를 담고 있어 잘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에서는 범법이지만 특정인 또는 특정 기업으로부터 촌지를 받는데 언론인 직업을 남용하다가 적발돼 감옥살이를 하는 언론인들이 많다”면서 “모든 정부가 제각기 문제를 갖고 있지만, 베트남은 최근 매우 평화로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시아엔(The AsiaN)이 확인한 결과 AFP의 이번 보도는 언급된 사실과 기사 구성, 논평자(commentator)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자유아시아방송 베트남지국(RFA 베트남)>의 보도내용(아래 동영상)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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