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 따루 “서울 사람들 막걸리 맛 몰라요”
<인터뷰> 홍대 앞서 따루주막 운영하는 ‘미수다’ 따루 살미넨씨
“서울 사람들 ㅈㅅ막걸리를 최고로 치는데, 진짜 막걸리 맛을 모르는 것 같아요”
8월30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만난 ‘미수다(미녀들의 수다)’ 따루 살미넨(36·Taru Salminen)의 일성이다. 따루는 홍대에서 막걸리 전문점 ‘따루주막’을 운영할 정도로 막걸리 마니아다. 전통술 전문가 허시명 씨가 운영하는 막걸리학교에서 제조법, 시음방법 등 막걸리를 제대로?배우기도 했다.
“전국에 얼마나 좋은 막걸리가 많은데 그 막걸리만 찾는지 모르겠어요. 막걸리의 참맛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ㅈㅅ막걸리는 숙성이 제대로 안 된 경우가 많아요. 이 술을 먹을 때는 일주일쯤 냉장고에 보관했다 먹으면 그런대로 괜찮죠. 유통기한 문제는 알아서 생각하시고요.”
따루씨는 이날 외신기자들에게 막걸리를 홍보하기 위해 강사로 나섰다. 한 기자가 10여 가지 막걸리 가운데 한 잔을 들고 와 무슨 술인지 알아 맞혀 보라고 즉석에서 실력을 테스트했다. 한 모금 마시던 따루, “이거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인데요.” ‘딩동댕’ 소리와 함께 여기 저기 감탄소리가 쏟아졌다. “이 술은 제가 좋아하는 술이기도 하지만 맛이 특별해?금방 알 수 있죠.”
그는 막걸리와의 첫 만남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1998년 7월 고려대학교에서 였어요. 그 학교가 막걸리 많이 마시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술술 넘어가는 거예요. 탄산을 섞은 우유 같았어요. 맛있게 몇 잔을 마신 뒤 일어서는데, 비틀비틀. 아, 이거 만만한 술 아니다 싶었죠. 첫 만남이 강렬했죠.”
한국말을 잘하는 이유도 막걸리 덕분이란다. “핀란드 사람들은요, 굉장히 무뚝뚝하고 낯을 많이 가려요. 맨 처음에 한국말을 배우고 어느 정도 한국말을 알아듣게 됐지만 틀릴까봐 얘기할 용기가 없었어요. 하지만 막걸리를 한 잔 들이키니 없던 용기가 생겼어요. 결국 이렇게 많이 늘었어요. 막걸리 때문에 많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따루씨는 카바이트란 전문(?) 용어도 썼다. “과거에는 카바이트가 섞인 막걸리를 종종 마셨어요. 마시고 나면 엄청 머리 아프죠. 요즘엔 품질이 좋아져서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막걸리는 정말 조심해야 해요.”
그런데 그녀가 말하는 막걸리의 매력은 조금 엉뚱하다. “막걸리 마시면 배가 부르잖아요. 그럼 과음을 안 하게 되요. 적당히 먹기 좋은 술 같아요. 물론 피부 건강에도 좋지만요. 하하”
막걸리의 세계화는 가능할까? 따루 씨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 종류가 어마어마해요. 과거에는 집집마다 만들어 먹던 술이잖아요? 아마 수천 종이 넘을걸요. 다양성과 거부감 없는 맛, 게다가 피부 건강에도 좋은 술이니 누가 싫어하겠어요? 핀란드 가면 부모님이 막걸리부터 찾을 정도에요.”
1998년 한국에 처음 왔다 사람과 음식 등에 반해 2006년부터?정착하기 시작한 따루. 그의 이름은 핀란드말로 ‘동화’(童話), 성 ‘살미넨’은 ‘해협’(海峽)을 뜻한다. 핀란드 국립 헬싱키대학에서는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통번역, 방송활동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따루주막에서 보낸다는 그는?얼마 전 KBS2 ‘1대100’에 나와 외국인으로는?처음으로 최종 1인에 등극했다. 받은 상금(289만원)으로 부모님 선물 사들고 핀란드에 다녀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