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전역에 나눔의 선율 퍼뜨릴 터”

클래식 연주그룹 코인아티스트,?필리핀 마닐라서 자선음악회

필리핀 마닐라 올티가스에 위치한 한 음악학원. 이른 아침부터 창밖으로 경쾌하고 아름다운 클래식 연주가 흘러나온다.

우아한 솜씨로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4명의 여성들. 모두들 겉모습은 주부, 한 집안의 어머니로 한국의 전형적인 아줌마 스타일인데 연주 수준은 오케스트라 단원급이다. 무대의상을 입고 연습할 리 없는 프로 뮤지션들의 연습장면은 그래서 더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첼리스트, 피아니스트, 플루티스트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전문전인 음악가들이다. 한국인 여성 뮤지션들이 이른 아침부터 진지한 표정으로 열렬한 연주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은 다음달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불우이웃 돕기 기금’ 마련 연주회 때문.

현재 필리핀 아테네오 대학과 국제학교에서 첼로를 가르치고 있는 첼리스트 오승민씨, <에꼴 드 프룻(Ecole de Flute)> 원장인 플루티스트 서진아씨, <와일드 그래스 아카데미 오브 뮤직(Wild Grass Academy of Music)> 원장 피아니스트 주선화씨, 전 <예당 음악학원> 원장 피아니스트 조성은씨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코인아티스트’라는 팀으로 결집, ‘KOWIN 예술의 밤’이라는 클래식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독주회와 음악회 등을 수 차례 가진 진정한 프로 뮤지션들이다.

지난해 10월 민다나오에서 필리핀 빈민가 어린이들의 학용품과 학교자재를 구입을 돕기 위해 자선독주회를 펼친 서지수씨와 주선화씨는 연주회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난 11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KOWIN’으로부터 자선음악회를 열자는 제의를 받고 연주회 준비를 시작했다.

진아 씨는 “성공적으로 자선독주회를 마쳤기 때문에 이런 제의를 받았다”며 “음악이라는 재능을 살려가며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의 클래식 연주자로서 특히 필리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클래식을 음악적으로 나누는데도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클래식 연주회이지만 누구나 어렵잖게 즐길 수 있고 친숙하게 즐길 수 있도록 클래식과 재즈가 합친 퓨전 클래식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전통클래식을 추구하는 반면 필리핀인들은 재즈를 좋아하는데, 이 두 가지를 접목시켜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필리핀 현지인들도 음악회에 초청해 연주를 즐길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는 “연주자에 따라서 음악의 성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음악이 전달될 수 있게 쉬운 음악을 연주할 것이지만 우리 또한 음악전문가이기 때문에 심금이 울려펴지는 확고하고 다양한 연주회를 펼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주회 준비가 쉽지 많은 않았다. 첼리스트 오승민씨는 지난 6월에 평소에 좋지 않던 허리수술의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연습을 쉬어야 했다. 필리핀의 계절풍기후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폭우와 태풍으로 악기가 파손되거나 운반·보관도 어려웠다.

도로 침수로 연습 일정이 깨지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재능으로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과 교민사회에서도 후원과 도움을 주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습을 했다.

“마닐라에서 문화공연이 많이 없고 여기 계속 살면서 클래식 공연을 할 겁니다. 필리핀 전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예정이구요. 누군가가 좋은 취지로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하면 언제든지 우리들의 재능을 기부 할 겁니다.”

여성가족부와 대한민국대사관이 후원하고 세계한민족여성 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이번 자선음악회에서 열리는 모든 수익금은 올 12월 불우이웃돕기 행사 때 사용될 예정이다. 음악회 티켓의 가격은 약 500페소(한화 1만3000원). 일단 무료로 티켓을 받고 연주회 당일 공연장 안에서 모금함에 기부해도 된다.

필리핀 마닐라=윤희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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