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없는 삶··· “이 시대 기자는 누구인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성준 이사장(사진 우측)은?재단 창단 50주년,?<신문과방송> 500호 발간을 기념해 '이 시대의 기자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조 발제한 남시욱교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창단 50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

지난 20일 16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언론재단 창단 50주년과 <신문과방송> 500호 발간을 맞아 ‘이 시대 기자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서는 언론계 교수 및 현직 기자 6명이 발제자로 참여해 미디어 환경 변화가 언론인의 역할과 정체성에 가져온 변화를 짚어보고, 이 시대의 바람직한 기자상에 대해 논의했다.

기조 발제자로 나온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는 “SNS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시대에 기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인용해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진실로 좋은 한 건의 기사를 쓰는 일은 최소한 학자의 (학문적) 성취만큼 지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음을 상기할 때 특히 그렇다. 기자의 실체적인 책임이 학자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간과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남 교수는 또 직업언론인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보도와 논평을 할 때는 간명하고 직관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시사적이고 상징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왼쪽부터)김규원 한겨레신문 정치부 부장,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윤영철 한국언론학회장, 배정근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 이규연 JTBC 보도국장, 채민기 조선일보 대중문화부 기자가 세미나 발제자로 나섰다.

사건사고·출입처?자료 취재에서 탐사·기획?방식으로 변화해야

이규연 JTBC 보도국장은 “대중이 시민기자가 되고 쌍방향 미디어가 퍼져나갈수록 전문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정보의 홍수시대에 ‘노아의 방주’가 되기 위해서는 기자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시대의 미디어수용자는 변덕스럽고 까다롭다”며 “이런 환경에서 기자는 멀티미디어형 뉴스생산체계에 적응하면서 자신만의 콘텐트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규원 한겨레신문 정치부장도 “과거처럼 1~2년에 한 번씩 모든 부서를 도는 ‘장돌뱅이’ 방식으로는 언론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고도화된 조직과 정보에 대응할 수 있는?전문성을 갖춘 기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부장은 “조선일보의 ‘주폭’ 기획 기사에서 보듯?과거 사건사고나 정부, 기업의 보도자료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기획·탐사 취재가?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사실 전달자에서 의제 설정자로 취재 보도 방식이 혁신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심화··· “기자 3명 중 1명 전직 의사 갖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국 일간 신문사와 통신사, 방송사, 인터넷 언론사 기자 667명을 대상으로한?’기자 의식’ 설문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배정근 숙명여대 정보학과 교수의 ‘2012 기자의식 조사 결과 및 기자 의식 변화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자의 과반수는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특정 이념과 정파를 대변하는 편향적’ 보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에 가까운 기자가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의 경영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언론의 사명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분위기’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기자 생활을 하는 데 가장 힘든 부분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며, 3명 중 1명은 전직?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정근 교수는 “기자들의 이러한 직업의식을 20여 전과 비교하면, 기사를 선택하고 작성할 때 느끼는 자유도와 직업만족도 등 많은 부분이 나아진 것이 없거나 오히려 나빠지는 상황이며, 특히 2007년을 기점으로 부정적 인식이 심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발제자들은 “이러한 ‘미디어 혁명’의 위기 속에서, 기자가 살아남기 위한 해답은 기자 자신에게 있다”는 데 동의했다.

언론계 입사 5년차인 채민기 조선일보 대중문화부 기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기자들은 의미 있는 기사를 위해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고달픔과 보람 사이에서 어느 쪽을 크게 느끼는 지는 결국 얼마나 전문성을 인정받는지와 직결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기자 각자 몫으로 남겨졌다”고 말했다.

취재=김미래 인턴
정리=김남주 기자 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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