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강냉이나 먹어”
구둔역이 있는 지평면 일신리를 둘러보다가 일신보건진료소 부근에 있는 영화마을체험관으로 발길을 돌리니 작은 정자에서 마을 할머니들이 심심풀이 화투놀이를 하고 계신다. 할머니들은 10원짜리를 판돈으로 주고받으시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올해 고추가 풍년이래. 우린 얼마나 해야 하나….”
“우린 김장 안 해먹으니 상관없어.”
그러면서 이방인에게 거리낌 없이 강냉이를 권하시며 걸터앉을 것을 권하신다.
날씨도 더운 참에 땀이라도 식힐까 해서 강냉이를 얻어먹고 앉았노라니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서 음료수라도 사다 드릴 요량으로 근처에 가게가 어디냐고 물으니,
“가게 없어. 지평역까지 가야 해. 신경 쓰지 말고 강냉이 먹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충분히 땀을 식히고 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시라고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저 젊은이 음성이 좋군 그래” 하시는 말씀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그래, 난 아직 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