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세계

원주민 존중과 시민중심 치안이 만든 뉴질랜드의 품격

마오리의 땅에서 세계 최초 여성참정권 국가까지

뉴질랜드 여경들 표정이 밝기만 하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자리한 뉴질랜드는 아름다운 자연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라다. 국토는 남한의 약 2.7배에 불과하지만 역사와 문화, 치안 시스템, 그리고 원주민과의 공존은 세계 여러 나라가 주목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길고 흰 구름의 나라’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Māori)는 약 1250년경 폴리네시아에서 카누를 타고 바람과 해류, 별을 따라 이 섬에 도착했다. 그들은 이곳을 ‘아오테아로아(Aotearoa)’, 즉 ‘길고 흰 구름의 나라’라고 불렀다.

오늘날 뉴질랜드 경찰의 마오리 명칭인 ‘응아 피리히마나 오 아오테아로아(Ngā Pirihimana o Aotearoa)’ 역시 이러한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 인구는 약 530만 명이다. 유럽계가 약 68%, 마오리족이 약 18%, 아시아계가 약 17%, 태평양 도서국 출신이 약 9%를 차지하는 다문화 사회다.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이어진 역사

1642년 네덜란드 탐험가 아벌 타스만이 유럽인 최초로 이곳을 발견했고, 자신의 고향인 네덜란드 제일란트(Zeeland)의 이름을 따 뉴질랜드(New Zealand)라고 명명했다.

1769년에는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됐고, 이후 영국 식민지 시대를 거쳐 1947년 완전한 독립국이 되었다.

사람보다 양이 많은 나라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동물은 단연 양이다. 현재 약 2,500만 마리의 양이 사육되고 있어 사람 한 명당 약 다섯 마리의 양이 존재한다. 양모와 양고기, 유제품은 지금도 뉴질랜드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다.

또한 뉴질랜드는 전 세계 19종의 펭귄 가운데 13종이 서식하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초 여성참정권 국가

뉴질랜드는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1893년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완전한 투표권을 부여하면서 여성참정권 시대를 연 국가가 됐다.

이러한 평등의 전통은 오늘날 정치와 행정, 경찰 조직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치안은 시민과 함께 만든다

뉴질랜드 경찰은 약 1만3천 명 규모로 운영되며 경찰청장(Commissioner of Police)이 전체 조직을 지휘한다.

국민들이 기억해야 할 대표적인 신고번호는 매우 단순하다.
△111 : 경찰·소방·구급 긴급신고
△105 : 긴급하지 않은 범죄 신고
△555 : 교통사고 등 긴급하지 않은 도로 신고

청각장애인이나 언어 소통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문자 신고 서비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주민의 이웃이다

순찰차에 올라탄 어린아이들과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경찰관(오른쪽)

뉴질랜드 경찰을 보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친근함이다. 순찰차에는 영어와 함께 마오리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고, 경찰관들은 해변과 도심, 마을 곳곳을 걸으며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행사장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어린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범죄 예방 역시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강한 경찰’보다 ‘신뢰받는 경찰’을 지향하는 것이 뉴질랜드 경찰의 철학이다.

원주민과의 공존은 현재진행형

물론 뉴질랜드가 항상 이상적인 사회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마오리족 권리와 정부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수만 명의 마오리족은 ‘히코이(Hīkoi)’라 불리는 평화 행진을 벌이며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 역시 민주적 절차와 평화적 시위를 통해 해결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나라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왜 다리를 놓지 않을까

북섬과 남섬은 가장 가까운 곳이 약 22.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아직 두 섬을 연결하는 다리나 해저터널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진이 매우 빈번한 지형이다.
△쿡 해협의 조류가 매우 강하다.
△수심이 깊어 건설 비용이 막대하다.

현재는 비행기와 페리가 두 섬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길고 흰 구름의 나라가 주는 메시지

뉴질랜드는 국토의 크기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나라다.

원주민 문화를 존중하고, 경찰은 시민과 신뢰를 쌓으며, 여성의 권리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정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왔다.

세계 최남단의 작은 섬나라지만 다양성과 공존, 그리고 시민 중심의 치안이 어떻게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길고 흰 구름이 머무는 아오테아로아는 오늘도 자연뿐 아니라 성숙한 민주주의와 공동체 정신으로 세계인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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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부총재, 이실학회 창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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