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그래도 미움으로 살지 말거라’  박노해

박노해시인 어머니 김옥순 여사(1926~2016)

어머님 집에서 자고 난 아침
눈을 뜨니 어머니가 이마를 짚은 채
나를 내려다보고 계셨다 

아직도 많이 아프냐아?
고문 독은 평생을 간다더니… 

아뇨, 어제 좀 고단해서요
나는 황급히 일어나 상한 몸을 감추며
태연히 얼굴을 씻는다 

어머니가 기도를 마친 후 곁에 앉아
가만가만 두런거리신다 

이승만 죽고 박정희 죽을 때도 나는 기도했다
전두환 노태우 감옥 갈 때도 나는 기도했다
잊지는 말아라 용서도 말거라
그래도 미움으로 살지 말거라 

죽은 내 어머니는 그랬다
사람은, 미움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인생은, 사랑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곧고 선한 마음으로 끝내 이겨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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