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신학림 녹취록…”모든 건 남는다. 부끄럽지 않은가?”

9월 7일 새벽 석방된 김만배씨를 상대로 기자들이 질문하고 있다.

문제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에서 언급된 검사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는 건 내용을 들어보기만 했다면 당시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재명 후보를 막기 위해 하루에 서너개씩 포스팅을 올리던 그 무렵, ‘문제의 검사는 윤석열이 아니다’라는 포스팅을 하면서, 말 그대로 이기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열한 세계를 봤다는 생각을 했었다. <뉴스타파>는 나를 반복해서 비난했다.

페친에 기자들도 많았기에 포스팅을 본 분들이 직접 확인해 주기를 바랐지만 내가 알기론 그 글을 주의 깊게 본 사람은 없었다. 대신 다음날은 뉴스타파 기사를 옮겨 쓴 기사들로 도배가 됐었다.

수사팀까지 만들어졌다니 조만간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내가 바라는 건 하나다. 윤석열을 지지한 이들을 무슨 벌레 보듯 했던(하는) 이들이 진지하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쓰지 않겠지만 반성해야 할 내용은 하나 둘이 아니다. “문제의 김만배 녹취록, 나도 들어봤다. 진실 찾기 게임 같은 거에 별로 뛰어들지 않지만 의도가 너무나 저열해서, 내가 너무나 많이 당한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체를 입수해 분석 중이라니 곧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공개된 녹취록을 들어보면 상황은 이렇다.

1. 김만배는 조우형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통하는’ 박영수에게 봐주라고 부탁했다.

2. 조우형 사건을 실제로 담당한 사람은 이름이 안 밝혀진 박모 검사. 커피를 타주고 되돌려 보낸 것도 박 검사.

3. 윤석열은 당시 중수부 과장. 사건을 직접 담당한 ‘주임검사’는 김만배에 따르면 박모 검사.

4. 이 녹취에 근거해도 박모 검사에게 봐주라고 말한 건 박영수다.

5. 남욱의 조서에는 김만배가 힘을 쓴 건 ‘당시 중수부장이던 김모 검사장’과 후에 바뀐 ‘최모 검사장’이라고 쓰여 있다.

6. 잠깐 비춰진 김만배의 노트에는 윤석열 이름이 없다. 통하는 인물로 점 찍었다면 당연히 있어야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1. 윤석열이 조우형을 직접 대면한 것처럼 김만배가 한마디 얹었다.

2. 윤석열은 김만배와 ‘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조우형을 봐주라고 박모 검사에게 지시한 건 윤석열 아닌 다른 사람이다. 박모 검사 역시 김만배가 직접 통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김만배는 자신의 로비력을 과시하려 누구든 ‘통하는’ 사람인 척한다. 백조 깃털을 단 까마귀가 생각난다.

직접 담당한 건 윤석열이 아닌데도 벌써 윤 후보가 주임검사라고 쓴 보도가 많다. 이재명은 만인이 보는 TV에서 윤석열을 피의자에게 커피나 타주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말 그대로 ‘악마적’이다.

신문조서 등 궂은 일을 하는 수사관 등이 있다. 수사관이 있는데도 그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커피 타주는 검사라니, 커피가 고생이 많다.

이 녹취록이 보여주는 건 언론과 검찰의 검은 유착이다. 말 그대로 구토가 나올 지경, 아이들이 볼까 무섭다. 이런 이들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한국엔 미래가 없다.

이 모든 건 남는다. 부끄럽지 않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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