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유증①] 자살 급증…2023년 상반기 6936명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9월 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자살 예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코로나19 이후 무기력과 우울감이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7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자살 사망자 수는 6936명으로 집계됐다. 월별 추이를 보면 1월 976명, 2월 1049명, 3월 1249명, 4월 1154명, 5월 1279명, 6월 1229명 등이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사망자 절반인 54.2%가 40-60대였으며, 특히 50대 남성이 1046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5.1%를 차지했다. 경제 활동을 하는 중장년층이 금전 문제를 겪으면서 절망감을 느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청소년 자살도 지난해 상반기 167명에서 올해 197명으로 18.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자살이 경제적 문제와 이로 인한 대인관계, 정신건강 문제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경제 문제가 주 원인인 자살은 경기가 회복되면 조금은 감소할 수 있다. 문제는 10대 청소년의 자살이다. 이들 자살 사망자의 절반이 학교 밖 청소년이므로 지역사회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다 같이 힘들다는 연대의식과 이 시기가 지나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일상회복이 본격화되었는데도 경기는 바닥을 치고 개인이 느끼는 현실은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는 희망이 없고, 남들은 잘 사는데 나만 힘들다는 상대적 발탈감이 클 때 자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4차 파고(波高, wave)’라고 부른다. △1차 파고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2차 파고는 의료자원 제한으로 인한 사망 △3차 파고는 치료 중단으로 인한 만성질환자들의 사망 △4차 파고는 팬데믹을 겪으며 증폭된 정신적·사회적·경제적 문제로 인한 사망 증가다. 4차 파고가 시작되면 자살률은 계속해서 늘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당의 ‘보육시설 및 교육기관 직장 가입자 우울증·불안장애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교사의 우울증 진료 건수는 15만8066건으로 2018년 8만81277건보다 약 1.8배 늘었다. 불안장애 진료 건수는 2022년 10만8356건으로 2018년(6만9164건)보다 대폭 증가했다. 최근 학교 선생님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이 악성 민원과 무너진 교권으로 인해 얻은 ‘마음의 병’ 때문으로 사료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Suicide Prevention)가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자살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노력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2003년 9월 10일을 ‘세계 자살 예방의 날(World Suicide Prevention Day)’로 제정했다. 이듬해 2004년 9월 10일 제1회 세계 자살 예방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1999년 시작된 세계보건기구의 글로벌 자살예방 캠페인은 2003년 세계 자살예방의 날에 언급되었다. 주요 목표는 자살 행위에 대한 인식과 효과적인 예방 방법 증진을 위해 전 세계, 국가, 지역의 다양한 부문활동을 조직하고, 자살예방을 위한 국가정책과 계획을 개발하고 평가하는 국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WHO에 따르면, 40초마다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80만명에 달한다. 자살은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주요 사망 원인이며, 사망으로 이어지는 모든 자살의 경우 최대 40번의 자살 시도가 선행하고 있다. 이에 공개적으로 승인된 메시지인 “잠깐만 시간을 내어 인생을 바꾸세요”를 통해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끝내지 못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물론, 국내 사망 원인에서도 자살이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과 함께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1년 3월 30일 자살에 대한 위해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예방정책 등의 사항을 규정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리고 ‘세계자살예방의 날’과 같은 매년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로 제정하고, 이날부터 1주일을 ‘자살예방주간’으로 지정하여 자살예방과 교육 및 홍보를 위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자살예방법에 따라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를 설치하여 극단적 선택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또는 지인이 있으면 자살예방핫라인(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2021-23년 3개년 주제는 ‘행동을 통한 희망 창조(Creating Hope Through Action)’이다.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자살예방을 할 수 있다. 자살예방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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