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절망의 밭에 심긴 소망
예레미야 52장
“느부갓네살의 제이십삼 년에 사령관 느부사라단이 사로잡아 간 유다 사람이 칠백사십오 명이니 그 총수가 사천육백 명이더라”(렘 52:30)
4,600명의 유대인이 포로가 되어서 바벨론으로 끌려갔습니다. 그들은 성전이 불에 타는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그들에게 과연 희망이라는 것이 남아있었을까요?
예배 처소가 이방인들의 군화발에 무참히 짓밟히고 성전의 기구들이 노략당하는데 하나님은 무얼하고 계시는가? 부르짖어 보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셨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고통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포로 4,600명 중에 누가 있었을까요? 다니엘이 있었습니다. 끌려가던 그들은 자신들의 무리 중에서 바벨론의 총리가 나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끝장났다고 여기던 그 순간에 하나님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고 계셨습니다.
예레미야서는 52장이 끝장입니다. 52장을 읽어보면 비극으로 끝나는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네 구절이 묘한 암시를 하고 있습니다.
바벨론으로 끌려간 여호야긴 왕이 특별사면을 받고 명예가 회복되는 한 장면을 통해 하나님의 특사가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슬쩍 흘리고서 예레미야서는 마무리가 됩니다. 끝장에서 하나님은 시즌2를 기획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인생이 끝이 정해진 책과 같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말자는 노래 가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꿈을 포기하는 순간에도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 정체성을 스스로가 잊어버릴지라도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잊어버리지 않으십니다. 시작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니 하나님께서 아직 끝이 아니라고 하시면 끝이 아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