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개 버릇 남주는 연습
예레미야 34장
“후에 그들의 뜻이 변하여 자유를 주었던 노비를 끌어다가 복종시켜 다시 노비로 삼았더라”(렘 34:11)
B.C. 588년, 바벨론에 침공을 당한 남유다는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모든 방어전선이 무너지고 라기스와 아세가 두 성만 남았습니다. 라기스와 아세가까지 밀리면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상황입니다. 시드기야 왕은 이 위기의 원인이 자신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큰 환난을 겪고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비로소 하나님을 찾게 되는 것이 사람인가 봅니다. 남유다는 하나님을 향해 돌이키겠다는 의미로 나라 전체가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합니다(렘 34:8). 언약의 내용은 노예해방이었습니다. 노예 삼고 있었던 동족 유다인을 자유롭게 풀어주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주신 계명에 근거한 결정입니다. 단순히 말하면 ‘이제부터 말 잘 들을테니 한 번만 봐달라’고 하나님께 제안한 것입니다.
노예해방 언약 이후에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B.C. 587년, 바벨론의 세력 확장을 불편하게 여긴 이집트가 바벨론을 견제하고 나서자 남유다를 향한 바벨론의 공세가 한 풀 꺾입니다. 남유다는 이 현상을 하나님의 응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개 버릇 남 못주는 걸까요? 숨통이 트이자 남유다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태도를 바꾸어 버립니다. 풀어주었던 노예들을 다시 노예 삼습니다.
‘풀어드린 노예들은 이번 주 수요일까지 다시 돌아와주세요’라고 광고를 내면 순순히 돌아올 노예가 몇명이나 되겠습니까? 공권력을 투입하고, 현상금을 걸고, 서로 감시하고 신고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나라 꼴은 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보신 하나님은 바벨론에 의한 예루살렘 함락을 최종 확정하십니다(렘 34:22). 틈만 보이면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고약한 버릇을 고치기 위한 특단의 조치입니다.
신앙이란 개 버릇 남 주는 연습입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훈련입니다. 광야 40년은 430년간 몸에 밴 노예근성을 빼는 훈련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 하나님은 70년짜리 계획을 세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