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하늘의 위로
예레미야 31장
위로를 한다고 다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심이 묻어나오지 않는 위로도 위로가 안되지만, 진심어린 위로라도 극도의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어느 장례식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빈소에는 스무살 딸을 잃은 부모가 망연자실하게 앉아 계셨습니다. 아침에 웃으며 인사 나누었던 딸이 교통사고로 부모 곁을 떠난 것입니다. 위로 예배를 드리려는데 고인의 아버지가 저희들을 향해 애원하셨습니다. “제발 예배드리지 말아 주십시오. 위로 예배 말고, 그냥 우리 딸을 살려 주십시오. 우리 딸 살려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해 주세요.“
아버지에게는 딸의 장례 예배가 마치 딸의 사망을 또 한번 확정짓는 절차로 느껴졌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사람들의 위로를 받아버리면 내가 처한 이 현실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니까 위로 받기조차 거절하고 싶은 것입니다.
딸이 사망한 첫째 날, 이 아버지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시간이었습니다. 3일장을 다 마치고 딸의 유골을 안고 집에 돌아와서야 아버지는 딸을 마음에서 놓아주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라마에서 슬퍼하며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 때문에 애곡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어져서 위로 받기를 거절하는도다“(예레미야 31:15)
이스라엘이 당한 슬픔은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과 견줄 만큼 극심했습니다. 위로 받기를 거절하는 슬픔이었습니다. 양동이의 물로는 가뭄을 해결할 수 없듯, 속을 모조리 태우고도 남을 절망은 사람이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이 열리고 비가 내려야 합니다.
슬픔은 영혼에 가뭄이 찾아온 것입니다. 하늘 위에서 내려와서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곳까지 흘러 들어오는 은혜만이 그 가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찬송하리로다 그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이시요 자비의 아버지시요 모든 위로의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고린도후서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