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평(評)…”두루 통하여 걸림 없어야”
평(評)이란 평자평리(評者平理), 즉 이치에 대해서 공평하게 논한 것을 평론이라 했다. 사실 평론가가 말을 고르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방팔방을 손아귀에 쥐고 좌우 형세에 따라 비책을 내놓는 뛰어난 풍수가처럼, 두루 통하여 걸림 없는 경지에 들어서야 옳은 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예술 경험과 인문학적 지식과 예술 철학 등을 두루 갖추어 편견 없는 조화를 이룬 이만이 말을 고르게 할 수 있다.
예술가가 지니고 있는 예술의 장단을 파악하여 조심스럽게 부족한 것을 보충할 수 있도록 말해주는 게 제대로 된 평론인데, 깊은 안목이 배제된 단순한 자기의 기호나 감관에 빗대어 “그건 소리가 아니여” 해버리면 안 된다는 말이다.
옛 문인들은 “글 쓰는 사람은 남의 글을 서로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文人相輕)”면서, 무턱대고 남의 작품을 평하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 공변된 진리를 향한 평을 해야지 밑도 끝도 없이 비판만 하면 안 된다.
비판도 객관성을 유지해야 옳은데, 하물며 비평을 함에 있어 합리적인 논리가 배제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