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산책] ‘노무라 리포트’…52년전 청계천과 활빈교회

<노무라 리포트-청계천변 판자촌 사람들> 표지. 2013년 10월 10일 초판1쇄 발행, 눈빛출판사.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 목사는 “1970년대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촬영했던 사진을 다시 돌려 드릴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한국을 방문, 청계천에서 김진홍 목사님 안내로 어려운 사람들 돕는 귀한 사역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라고 했다. 

“1971년 10월 3일, 주일이자 개천절(開天節)인 날 오후 3시에 창립예배를 드렸습니다. 창립예배 드리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껌팔이, 단무지 장사, 손수레로 행상하는 장사, 그리고 넝마주이 청년들 50여 명이 모였습니다.”(활빈교회 개척 김진홍 목사 회고)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청계천은 지옥이라고 말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옥과 같은 그곳에도 예수님의 십자가가 있고, 희망이 있고, 오순도순 서로 돕고 살아가는 정이 있었다.

청계천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훌륭한 천국의 모형이었다. 그곳은 매춘부, 깡패들마저 위대한 천국 시민들로 보게 했다.(노무라 작가의 글)

1970년대 청계천 활빈교회 아이들과 김진홍 목사 <사진 노무라>

 

청계천 활빈교회 신도의 기도 <사진 노무라>

다음은 김진홍 목사(현 두레마을 대표)가 올 초에 쓴 글

나는 청계천 빈민촌으로 들어가서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복음을 전함에 재정을 뒷받침하여 줄 후원자를 확보하여 놓고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들어가서 온몸으로 부딪혀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에 어린 시절 고향 청송에서 외할머니께서 머슴들을 대하던 방법이 생각나서 무조건 맨몸으로 빈민 선교를 시작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지. 나는 머슴이고 하나님은 주인이신거지. 머슴은 일터에 들어가 일만 열심히 하면 먹고 마시는 뒷바라지는 주인 되신 하나님께서 감당하여 주시는 거다. 머슴인 내가 먹고 사는 것까지 염려하는 것은 주제넘은 머슴이야. 나는 무조건 일터로 들어가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다. 그렇게 하는 것이 머슴의 도리야.”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자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전세 들어 있던 집의 전세 값을 빼서 판자촌에 판잣집 한 채를 사들였습니다. 판잣집 안의 방들을 다 헐고 바닥에 가마니를 깔고는 예배 처소로 만들었습니다. 강대상으로는 사과 궤짝 둘을 겹쳐 놓고 그 위에 흰 베를 덮어 강대상으로 마련하였습니다. 교회 이름을 활빈교회(活貧敎會)라 지었습니다.

활빈교회란 이름은 홍길동전에서 따왔습니다. 활빈당의 대장인 홍길동이 가난한 백성들을 살리는 운동이라 하여 활빈당(活貧黨)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나는 생각하기를 홍길동의 방법으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방법으로 가난을 물리치는 교회가 되자는 뜻으로 활빈교회라 지었습니다. 청계천 빈민들은 가장 열악한 생존 조건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초 청계천 <사진 노무라 촬영>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주민들에게 예수의 복음으로 활력을 불어넣고 희망을 일으키며 생명을 불어넣는 교회가 되자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1971년 10월 3일, 주일이자 개천절(開天節)인 날 오후 3시에 창립예배를 드렸습니다. 창립예배 드리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껌팔이, 단무지 장사, 손수레로 행상하는 장사, 그리고 넝마주이 청년들 50여 명이 모였습니다.

나는 창립예배 설교의 성경본문으로 이사야서 61장 1절에서 4절까지의 말씀을 읽고는 먼저 교회 창립 날은 개천절인 10월 3일에 드리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설교를 시작하였습니다. 단군 시조께서 10월 3일에 나라를 여시고 그 날이 하늘이 열리는 날이란 뜻에서 개천절(開天節)이라 이름하였습니다.

청계천 활빈교회 종탑과 십자가 <사진 노무라>

“오늘 시작되는 활빈교회는 청계천 빈민촌에서 가난에 눌려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으로 하늘이 열려, 희망의 삶을 시작하자는 뜻을 살려 이 날에 교회를 창립합니다.”

나는 그날 창립예배 중에 전한 설교 내용으로 활빈교회를 창립하는 창립 정신으로 5가지 선교 정신을 선포하였습니다. 그 날에 선포한 선교 정신 5가지는 52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활빈두레 선교운동의 기본정신으로 이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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