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겨울비’ 허유

겨울비 <사진 박용기 작가>

마음은 춥고
사랑 가난할 때
겨울비 내리다.

저 창 너머
잡다한 인생의 관계들
이부자리 개듯 다독거려 정돈할 양으로
이 겨울비
한벌의 무거운 적막을 입고
내리다

내 이제
그리운 마음 하나하고도
별거하고
잡아줄 따뜻한 손길마저
저 늙은 나뭇가지의 거칠음 같거니

또 내세의 우물을
현세의 두레박으로 퍼 올리는
이 한정 없는 부질없음으로
절망하노니

이때
아프게 아프게
하필 겨울비 내린다.

시나위(김종서) 겨울비(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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