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변화 안 된 사람들 숫자 느는 건 부흥 아닌 변질일 뿐”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제도의 온갖 오남용 속에 점점 병들어 가듯, 거듭나는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 교회는 그 자체로 이미 세상 조직과 다르지 않습니다


*디도서 1-3장

“내가 너를 그레데에 남겨 둔 이유는 남은 일을 정리하고 내가 명한 대로 각 성에 장로들을 세우게 하려 함이니”(딛 1:5)

바울은 로마로 호송되던 중, 일행이었던 디도를 그레데 섬에 남겨둡니다. 왜냐하면 그곳에도 복음을 믿는 자들의 회중이 형성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디도는 갑작스럽게 그레데 섬에 남아 교회를 개척하다시피 해야 했습니다. 혼자서 속 앓이를 꽤나 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그레데 섬 사람들은 거짓말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습니다. 거짓말이 자연스러운 관행처럼 여겨지는 것이 그레데 섬의 문화였습니다. 그레데의 의식 수준을 볼 때, 그 사람들과 함께 교회를 이룬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요즘에도 해외 선교지에 가면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 현지 상황을 잘 모르는 점과 선교사들의 선한 동기를 악용하는 것이죠. 아마 디도도 그레데 원주민들로부터 여러 차례 당하지 않았을까요? 그 억울함과 분함을 어디에 털어놓을 곳도 없었을 것입니다.

바울은 그런 디도를 향해 디도서를 쓴 것입니다. 디도에게 쓴 편지는 사람을 세우는 일에 관한 교훈으로 가득합니다. 장로 제도를 운영하는 법이 아니라 장로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감독 제도가 아닌 감독이라는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건물을 세우고 제도와 조직을 갖추는 일보다 사람을 세우는 일이 먼저입니다. 교회에 모인 사람들로 교회 조직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교회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교회의 사명입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는 반드시 오남용되고 악용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선한 동기로 만든 제도라도 구조적 모순은 있고, 사람들의 이기심은 제도에 생긴 아주 미세한 틈이라도 절대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제도의 온갖 오남용 속에 점점 병들어 가듯, 거듭나는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 교회는 그 자체로 이미 세상 조직과 다르지 않습니다.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부흥이 아닙니다. 변화되지 않은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부흥이 아니라 변질일 뿐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한 사람이라도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우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충분한 공동체입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