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치료받고 싶지 않은 질병’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서로 하나 되는 것, 서로 사랑하는 것, 용서하는 것 등과 같은 일은 그저 한 두 마디 외침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하나 되는 일에는 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까지 지셨습니다.”


*성경본문 사도행전 4-6장

기적만 35개입니다. 신체적인 질환을 치료해주신 기적이 16회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하신다거나 바람을 잠잠하게 하시는 것과 같은 자연 현상에 대한 기적이 9회입니다. 그리고 귀신을 쫓으신 기적이 7회, 죽은 사람을 살리신 기적이 3회입니다.

혹시 기적에도 난이도의 차이가 있었을까요? 시각 장애인의 눈을 뜨게 하는 일과 죽은 나사로를 살리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 기적일까요? 오늘날에도 육신의 질병이 기적적으로 치유되었다는 소식은 어렵지 않게 들리는 일이긴 합니다. 반면에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을 법한 일이기에 왠지 기적에도 경중이 있어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적을 베푸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 죽은 사람 앞에서나, 일렁이는 파도 앞에서나, 귀신 들린 사람 앞에서나 한결같으십니다. 그저 외마디 선포와 외침으로, 간단한 동작 하나로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예수님이 원하시면 병환이 12년이 됐든, 38년이 됐든, 숨이 끊어졌든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오랜 시간 바라고 원하셨지만 잘 되지 않았던 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자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요한복음 17장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하나됨을 위해 반복적으로, 아주 간절하게 기도하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서로 하나 되는 것, 서로 사랑하는 것, 용서하는 것 등과 같은 일은 그저 한 두 마디 외침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하나 되는 일에는 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까지 지셨습니다.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사도행전 4장 32절)

저는 사도행전 4장에 나온 이 사건이야말로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일어나기 가장 힘든 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경에 많은 기적이 등장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한마음과 한 뜻이 되고, 사람이 자기 소유를 자기의 것이라 여기지 않는 것, 이만한 기적을 본적이 없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그런 말이 있습니다. ‘분열된 장로교단을 하나되게 하는 일은 예수님이 오셔도 안될 걸’ 인간의 탐욕, 시기심, 질투, 남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버릇은 그만큼 치료되기가 어려운 질병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치료를 거부하기에 예수님도 난감해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없는 상태, 아마도 내심 내키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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