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시즌2 김신영에 거는 기대···”송해의 ‘사람 사랑 원동력’으로”
인간 송해의 체취가 몹시도 그립다
일요일 낮 12시, KBS 방송을 틀면, “전국~” 한 뒤 한참 숨을 고르다간 “노래자랑!” 목소리가 쩌렁 들릴 듯한데. 높고 경쾌한, 95세 청춘의 목소리가 나의 귓전엔 여전히 울린다.
‘세상의 별’인 그가 하늘의 별로 떠난 지 아직도 석달이 안 됐건만… 벌써 나는 그가 무지무지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얼마 전, 중앙일보의 부지런한 글쟁이가 그가 떠난 후를 살펴봤다.
낙원동 그의 흉상이 선 송해길의 끝자락에 있던 원로연예인 사랑방 허름한 건물 4층에 마련돼 있던 그 사랑방 문은 굳게 닫혀 있단다. 그렇게 그가 세상을 살다간 발자취도 시간이 가면 희미해져 갈 거다.
그래도 ‘전국노래자랑’의 시그널 뮤직이 일요일 낮에 울려퍼지면… 틀림없이 대중들은 선생의 구수한 목소리와 함께 그를 떠올릴 거다. 송해 선생 영결식 때 후배 코미디언들이 사회자의 “전국” 멘트에 “노래자랑”으로 화답하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전국노래자랑 차기 진행자가 누가 될 거냐는 선생의 타계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송해가 점찍은 허참은 그보다 한참 먼저 세상을 떠난 바 있다. 수많은 이가 마춤하게 여긴 이상벽도 벌써 일흔이 훌쩍 넘었다.
날고 기는 후보들을 제치고 김신영 이름 석자가 호명되었다. 누구는 “예상 외…”라고 여겼겠지만 김신영을 아는, 특히 실력을 아는 이들은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데뷔 초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행사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상대가 누구라도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드는 붙임성과 춤 노래에 바친 열정, 무엇보다 인간냄새까지 딱이란다.
김신영은 송해가 34년 지켜온 ‘전국노래자랑’을 이어받을, 준비 된 몇 안될 연예인 중 한명임에 분명하다.
“많은 분들을 겪다 보면 지쳤을 수도…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장수 엠시…그 사랑을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KBS와 인터뷰에서, 김신영은 전임인 송해 선생에게서 배우고 싶은 덕목으로 ‘사람을 향한 사랑’을 꼽았다.
34년 세월, 수많은 사람과 만나 부둥켜 안고, 입에 넣어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같이 웃고 울며 함께 놀았다. 그 원동력은 ‘사람 사랑’ 아니었겠느냐는 얘기다.
김신영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그만한 적임자도 없다”고 한다. 범상한 이웃들을 살갑게 애정하는 건 그가 늘 하고 있던 일이란다. 녹화 전, 미리 현지의 목욕탕을 찾고, 시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났다. 생전 송해의 발걸음도 김신영에겐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단다.
김신영이 여태껏 밥집 아저씨를 만나고, 세신사 아주머니를 만난 곳도 모두 길바닥이고 대중목욕탕이었다.
송해와 신영이 같은 점은 개그맨, 작은키, 외유내강 강단, 다른 점은 성별, 근 50년 차의 물리적 나이, 그리고 고향 정도…
김신영의 진행으로 ‘전국노래자랑’이 얼마나 더 젊어질 수 있을까? 방송계뿐 아니라 송해가 그리운 나같은 ‘문디’도 은근히 궁금하다.
김신영을 잘 아는 누군가들은 젊은 시청자들이 유입되고, 프로그램의 수명도 길어질 거라고 장담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미심쩍다.
“‘전국…’을 하며 김신영의 코미디가 얼마나 더 깊어질지 기대 중이다.”(김신영 매니아)
송해 못지않게 출연자를 돋보이게 하는 공간과 상황을 만들고 열어줄 거란다. 보통의 출연자에게서 비범함을 포착하는 데 김신영도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김신영도 송해 선생처럼 머리가, 아니 감성(EQ)이 200은 넘는 모양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머릿속에 보통 이웃의 비범한 순간과 상황들이 쌓일 거다.
세월의 무게를 얹어 사랑까지 듬뿍 담아 맞춤한 상황극으로 꾸며 돌려주길 바란다.
우리네 이웃들의 평범함 속 비범함과 난체 않는 사랑스러움을 끄집어내는 일, 전국노래자랑이 오랜 세월 해왔고, 김신영 역시 연예인으로 해왔던 일일 테니…
김신영이 KBS ‘전국노래자랑’ MC로 데뷔하기 위해 벌써 녹화까지 한 모양이다. 3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대면 녹화를 진행한 ‘전국노래자랑-대구 달서구 편’ 얘기다.
송해는 황해도 은진이 고향(부인 옥이 여사가 대구 달성)이다. 반면 대구는 김신영의 진짜배기 고향이다.
“데뷔 20년차 베테랑인 김신영은 천재다. 대중과 함께 한 무대 경험도 풍부해 ‘전국노래자랑’에 제격이다.”(KBS 김상미 CP)
“가문의 영광이다.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뛰고 출연해주실 ‘전국노래자랑’ 많은 분들께 인생을 배우겠다.”(KBS유튜브 김신영)
김신영은 말을 다루는 재주와 감각이 탁월하다. “버터처럼 사르르~ 함께 스며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KBS1에서 ‘전국노래자랑’은 매주 일요일 낮 12시 10분 방송된다. 김신영의 모습은 10월 16일(녹화분)부터 볼 수 있다.
한동안, 아니 오랫동안 송해의 큰 코와 작은 키가 오버랩 될 거다. 다시 사람 냄새가 진한 송해가 그립다.
나는 김신영 첫 방송날 송해가 좋아하는 빨간 딱지 두꺼비 진로를 놓고 한잔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