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 칼럼] ‘이재명 체제’ 통렬한 반성과 뼈 깎는 쇄신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체제로 새출발합니다. 대선 패배 후 윤호중 비대위와 우상호 비대위 체제로 이어지던 민주당이 정상화됐습니다. 이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 78.2%, 대의원 투표 72%, 합계 77.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 대표가 되었습니다. 역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과 당 대표 경선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입니다.
이재명 대표와 함께 당을 끌어갈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도 이른바 ‘친명계’가 다수를 이뤘습니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쇄신해서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독주를 강력 비판 견제 감시할 적임자로 이 대표를 선택한 겁니다. 반성과 혁신, 대안 제시를 통해 수권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이재명 지도부에 주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안팎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권리당원 투표율은 불과 37% 수준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로 분위기를 띄우지 못했고, 이른바 ‘반명계’는 대선 경선의 앙금을 지금까지도 털지 않은 채 한 발 비켜서 있었습니다. 언론 초점이 ‘국힘목장의 결투’에 쏠리면서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기반이었던 호남지역 당원과 지지자들의 민주당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탓도 있습니다. 이런 조짐은 이미 지난 6.1 지방선거 때 드러났습니다. 광주시 투표율이 37.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권리당원의 35%를 차지하는 호남지역의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은 35.5%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경쟁구도 실종’, ‘흥행 실패’, ‘소수의 과다 대표’. 민주당 전당대회 보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키워드입니다. 그럴듯한 분석처럼 보이지만 시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키워드들에는 ‘이재명 때문에’라는 전제와 ‘그래서 문제 (또는 잘못)’이라는 평가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대표 선택을 부정하는 효과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처음부터 강세였고, ‘어대명’ 분위기였던 건 사실이지만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책임을 이 대표에게만 돌리면 안 됩니다. ‘어대명’ 분위기로 컨벤션 효과가 약했던 건 사실이지만, ‘국민의힘 당내갈등’ 이슈가 민주당 전당대회보다 더 관심을 모았고, 관심을 끌만한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모든 후보의 공동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어대명’이었으므로 이재명 대표가 줄세우기세력경쟁 아닌 가치경쟁으로 끌어나가지 않은 건 두고두고 아쉬움 대목입니다. 어떻게 당을 구하고, 나라를 바꾸고, 시민의 삶을 바꿀 것인지를 놓고 경쟁했다면 좋았을 겁니다. 시대정신을 실천할 새로운 가치와 이념,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이 논의됐다면 흥행이나 투표율이 조금은 나아졌을지 모릅니다.
새 당 지도부를 선출한 민주당 전당대회 경쟁구도는 처음부터 잘못 짜였습니다. ‘이재명 당 대표’ 또는 ‘97세대로의 세대교체’ 등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처럼 ‘표피적이고, 본질과는 관계없는 문제’였습니다. 중요한 건 새 지도부가 어떤 시대정신으로 어떤 가치를 내세우고 이를 어떤 정책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제시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소수의 과다 대표’는 이재명 대표 지지층의 적극적인 투표참여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법적으로 동원한 것도 아닌데 적극 참여가 왜 문제가 되나요? 이 대표 지지자들의 적극 참여가 아니었다면 다른 후보가 대표가 되고,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고전했을까요? 오히려 더 많은 당원과 지지자의 적극 참여 부족이 문제였습니다.
새로운 지도부가 짜인 민주당의 새 출발은 반성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왜 시민이 민주당을 거부했는지 반성도 변화 노력도 보이지 않았기에 시민 참여도 투표율도 낮았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새 지도부는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뼈를 깎는 쇄신을 해야 합니다. 전당대회는 끝났지만 이재명 체제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