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 칼럼] 취임 100일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은 인스턴트형 또는 콘스탄트형?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내일(8.17)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이제 겨우 임기의 18분의 1이 지났을 뿐인데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시민의 눈길은 불안합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신뢰를 잃었다는 점입니다. 정치에 입문한 이래 소통과 포용이 부족하다고 계속 지적받았던 윤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습니다.

리더십은 권력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어서 상향식보다는 하향식으로 작용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열정(passion), 행동(action), 보상(recognition)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합니다. 열정과 에너지를 가져야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처칠, 마르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략을 수립하고 이것을 직접 실행(솔선수범)에 옮겨야 남들이 리더십에 따라오는 겁니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처벌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칭찬하고 보상해야 합니다. 두려움에 의한 행동보다는 무엇인가를 바라는 자발적 행동이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국민의힘을 보면 리더십이 보이질 않습니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다수는 “단 한명의 최고지도자가 혼자 대중의 운명을 끌어가야 한다”는 ‘지도자원칙(Führerprinzip)’을 리더십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개인적 재능을 근거로 하는 지도자원칙은 자칫 권력독점으로 나가기 쉽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실상 첫 번째 정치의제인 용산 집무실 이전과정이 대표적인 지도자원칙 관철 사례입니다.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엔 조지 워싱턴(왼쪽부터),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등 전직 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AP연합뉴스

뛰어난 리더십은 어려울 때 빛이 납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워싱턴,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레이건 등은 모두 미국이 어렵던 시절의 지도자였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을 이뤘고, 미국이 남부와 북부로 갈라질 위기를 잘 수습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중 소련이 몰락해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영화배우 레이건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내세워 위대한 리더십을 찾던 미국민의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이 퇴임한지 10년 만인 1998년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이 생겼습니다. 1940년대에 개항한 워싱턴 내셔널 공항 이름을 바꾼 겁니다. 알츠하이머로 고생하고 있었지만, 아직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 이름을 붙인 데서 알 수 있는 건 미국민들이 레이건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지금도 존경받는 건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기는 하지만 마가렛 대처 총리를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과거 세계를 제패했던 영광을 뒤로 하고 퇴락하는 상황에서 영국병이라 일컫는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걸 내세웁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지은 시오노 나나미는 최고의 리더십으로 시민을 즐겁게 해 주는 낙천적 리더십(optimistic leadership)을 꼽았습니다. 인간은 어차피 고생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나나미는 리더의 역할이 이왕이면 즐겁게 사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보았던 겁니다. 낙천적 리더십은 인스턴트(instant) 형과 콘스탄트(constant) 형이 있습니다.

인스턴트형 리더십은 단순히 상황을 낙관적으로 봅니다. 콘스탄 형 리더십은 중장기적인 안목과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합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창의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얼핏 보면 인스턴트형 리더십으로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콘스탄트형 리더십을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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