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통해 답답한 내외국인 1588-5644 누르세요”
BBB코리아 10년 전부터 언어봉사활동 펼쳐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아기가 심장 수술을 마친 상태인데 의사 말이 ‘산모가 아이 건강은 아랑곳 않고 웃고만 있다’는 거예요. 정작 엄마와 통화해 보니 ‘살려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못해 생글생글 웃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났어요. 한국어를 몰라 무책임한 엄마로 비춰질 뻔한 일이었죠.”
BBB코리아 몽골어 자원봉사자 어욘씨의 상담사례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누구나 언어소통이 안 돼 난처한 경험을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특히 병원이나 경찰서 등 정확한 소통이 중요한 장소에서 언어 문제로 고통을 받은 외국인이 많다.
(사)BBB코리아(회장 유장희)는 이러한 언어 문제로 고통받는 외국인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NGO다.
2002년 발족한 BBB(Before Babel Brigade)는 4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24시간 개인의 휴대전화를 통해 영어와 일어 중국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독일어?등 18개 외국어 통역서비스를 제공해 내외국인간 의사소통을 돕는 자원봉사단체다. 누구든지 언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1588-5644로 전화하면 ARS를 통해 통역봉사자와 직접 연결, 통역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BBB코리아의 유장희(동반성장위원장) 회장은 “BBB의 의미처럼 통역 봉사로 언어가 불러오는 여러 장벽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 근로자의 어려움을 소개하며 “새로운 사회적 약자가 된 이들에게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소통에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실용적인 복지”라며 “BBB의 자원봉사가 단순한 통역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건강한 다문화 사회로 가는 데 초석이 되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BBB코리아는 최근 베트남 후에대학교와 한국어학당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BBB코리아는 한국어 교사 및 교재를 비롯한 한국어 교육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지원, 운영한다. 후에대학교 한국어학당은 금년 9월 학기부터 시작된다.
유 회장은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언어 봉사는 물론 문화 봉사까지 그 영역을 확대,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언어 문화 NGO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주 기자 david9303@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