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정치이야기⑪] “대통령이 국회의장 자문 받는 관행 세웠으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7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제21대 국회는 문재인 정부 시기와 윤석열 정부 시기에 걸쳐 있습니다. 문 정부 중반기에 구성된 전반기 2년은 여대야소 국회였습니다. 후반기 2년은 윤 정부 초반기로 여소야대 국회입니다. 제21대 국회는 윤 정부 중반기에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 제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가 유지될 지 여대야소로 바뀔 지는 윤 정부에 달려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이겼음에도 혁신위원회를 설치한 건 2년 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대야소를 만들려는 포석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제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를 유지시키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기 위해 우상호 체제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아직까지 혁신도 비상대책도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어쨌든 다음 총선까지 2년 동안은 여소야대 국회입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여대야소 상황이라 의장직 수행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건이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의장직을 수행하면서 골치 아플 일이 많을 겁니다. 여야의 갈등과 충돌이 어느 때보다도 거셀 것으로 보여 국회운영에 쉽지 않을 겁니다.

국회의장이 되면 탈당해야 하고, 김진표 의원의 성향상 중립적 위치에서 불편부당하게 국회를 운영하려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 아무리 합리적으로 처리해도 여당은 의장이 야당 편이라 편파적이라고 공세를 펼칠 겁니다. 야당은 야당대로 자기 당 출신의 의장에게 서운함을 드러낼 겁니다.

국회대표권 의사정리권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 등의 권한이 있지만 국회의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국가서열 2위라지만 특별한 권한도 없이 상징적 예우를 받는 것에 불과합니다. 의회 의장이 국가서열 2위로 매겨진 나라는 많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국가원수 자리가 비었을 때 의장이 이어받는 나라도 있습니다.

독일은 상·하원의장이 서열 2위입니다. 이탈리아는 상·하원의장 중 나이 많은 의장이 공동으로 국가서열 2위지만 국가원수직 승계는 상원의장이 합니다. 미국은 상원의장인 부통령 다음에는 하원의장이,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상원의장과 하원의장의 순서로, 브라질은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의 순서로 국가원수직을 이어받습니다.

국가원수직 승계는 아니지만 핀란드 이스라엘 포르투갈 필리핀 싱가포르 이집트 그리스 등에서는 의장이 국가원수직을 대행합니다. 오스트리아는 하원의장과 2명의 부의장이, 아일랜드는 상·하원의장과 대법원장 3인이 집단으로 국가원수직을 대행합니다. 국가원수는 시민이 뽑아야 하기에 선출직인 의원들의 대표가 승계·대행하도록 한 겁니다.

의회 의장이 정권 구성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스웨덴은 1974년부터 총리 후보 지명권이 의회 의장에게 이양되었습니다. 핀란드는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 하원의장의 자문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으로 명문화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이 국회의장의 자문을 받는 관행을 세우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장은 국가서열 2위지만 대통령직을 승계하거나 권한대행을 하지 않습니다. 짧은 기간이나마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대통령권한 행사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진 적도 없습니다. 입법부의 독립성이나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소야대는 시민의 선택입니다. 여야 모두 겸손하게 시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소’가 불편하다고 대통령 시행령 남용 등 국회를 ‘패싱’하려 하거나 ‘야대’라고 사사건건 ‘발목잡기’로 나가면 다음 선거 때 시민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김진표 의원의 정치력이 여소야대 국회를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운영으로 끌어갈 거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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