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한미수교 140년 되돌아보니

1882년 5월 22일에 조인된 조미수호통상조약문 원본


[아시아엔=국립아시아문화전당 김호산 학예연구사] 1882년 5월 22일, 우리나라는 서구 국가로는 최초로 미국과 ‘조미수호통상조약’에 조인했다. 한미수교 140주년이 되는 5월 22일을 이틀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최초로 이뤄지는 이번 한국 방문으로 한미 양국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북한 위협에 강력히 대처하고, 포괄적 한미동맹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동맹이 혈맹으로 다져진 계기는 한국전쟁이지만 그 훨씬 앞서, 미국에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에 서구문화를 소개한 미국인들이 있다. 퍼시벌 로웰(Percival L. Lowell), 호러스 알렌(Horace Newton Allen),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 등이 그들이다.

1883년 8월부터 11월 미국을 방문했던 보빙사 일행. 앞줄 맨 왼쪽이 통역 Percival L. Lowell.

퍼시벌 로웰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1883년 5월부터 일본에 체류 중이었는데, 그곳에서 조선의 방미사절단(보빙사) 일원이 되어, 보빙사가 3개월 동안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헌신했다.

Chester Arthur 대통령을 알현하는 보빙사 일행 <1883년 9월 29일자 Frank Leslie’s 신문>

이에 대한 답례로 고종황제는 로웰을 초청했다. 로웰은 보빙사 일행과 함께 1883년 12월 20일 한국에 도착해 이듬해 3월 18일까지 머물렀다. 사진기를 갖고 방한한 로웰은 고종황제와 세자를 최초로 촬영한 인물로 알려졌다.

비록 3개월의 단기간 방한이었지만, 자신의 경험담을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했다. 하버드대에서 출판된 이 기행록은 당시 조선에 관한 매우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여태껏 해외에서 발간된 한국 관련 최고의 명저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 표지. 

1884년 9월 의료 선교사로 조선에 온 호러스 알렌은 빈사 상태에 빠진 보빙사 대표 민영익을 외과수술로 살려낸 명의였다. 그는 광혜원을 설립하여 서양의술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1885년 미국 선교의사 Horace Newton Allen이 설립한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 광혜원(현 세브란스병원)에 휘날리는 태극기와 성조기

광혜원은 제중원으로 이름을 바꾼 후, 1904년 세브란스로 다시 개칭했다. 현재도 세브란스병원으로 운영 중이다. 실질적인 의료기관으로 서양의학의 발상지이자 우리 의학의 발전상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미국 선교사 겸 의사 Horace Newton Allen

알렌은 의사로서만이 아니라, 고종황제 신임을 받아 외교관으로도 활약했다.

1887년 미국에 부임한 박정양 주미전권대사

1887년 주미 전권공사 박정양 아래 참사관으로 워싱턴DC에 우리나라 최초의 상주해외공관인 주미조선공사관을 개설하는데 기여했다.

나귀 타고 진료활동에 나서는 미국 선교사 겸 의사 Horace Newton Allen
미국 선교사 겸 의사 Horace Newton Allen이 쓴 한국 최초 서양의학 진단서

호머 헐버트는 1886년 조선에 도착해 육영공원 교사로 재직했다. 특히 그는 한글 우수성을 깨닫고 순한글 지리교과서인 <사민필지>를 저술하여 육영공원 교재로 사용했다. 또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아리랑’을 처음으로 채보하기도 하였다.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 1863-1946). 그는 자신의 조국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893년 선교사 자격으로 조선에 재입국하여 배재학당에서 서재필, 이승만, 주시경 등을 가르쳤다. 또한 고종황제 특사로 임명되어, 대한제국의 독립운동을 지지하고 지원하였다.

1901년 1월 미국인 선교사 Homer B. Hulbert가 창간한 <코리아 리뷰>. 1906년까지 발행됐다. (개인소장)

헐버트는 1901년 1월 월간지 <한국평론>(KOREA REVIEW)를 창간하여 ‘한국문제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 사이에 대화의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6년간 수행하였다.
이와 관련해 안중근 의사가 “한국인이라면 헐버트를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헐버트는 우리 독립의 역사와 발전의 역사에 기여도가 그 누구보다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이들 미국인들은 조선 말 한국에 건너와 대한제국을 거쳐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의학과 교육 나아가 독립운동에 기여했다.

워싱턴DC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상주해외공관인 주미국공사관(1889년 5월8일 촬영). 건물 입구에 공관원들과 호러스 알렌 모습이 보인다. 1910년 일본에 강제 매각되었다가 2012년 10월 문화유산국민신탁을 통하여 매입했다.

이와 함께 한미동맹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월 11일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순방을 앞두고 미국 동맹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이 상원에서 처리되었다. 미국과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동맹에 대한 약속을 심화·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결의안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선거운동 중 “미국과 신기술, 글로벌 공급망, 우주, 사이버, 원자로 등 새로운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맺겠다”며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였고 더 나아가 취임사에서 “전 세계 어떤 곳도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도 마찬가지”라며 한미동맹이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가장 먼저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는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 의지를 재확인하고, 바이든은 대선 캠페인 구호인 ‘Build Back Better’(더 나은 재건)를 국내는 물론 세계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호머 헐버트가 우리 옛날이야기 12편을 최초로 영어로 소개한 <OMJEE THE WIZARD>(마법사 엄지) 

한미수교 140주년을 맞는 5월 22일, 양국 정상은 아래와 같은 한미동맹 재건 구호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 어떨까 싶다. “과거보다 훨씬 나은 한미동맹을 건설하자.”(Build Back Better Korea-US Alliance)

이와 함께 한미 두나라에서 지난 140년을 되돌아보는 전시와 공연, 그리고 학술행사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진해 보자. 이를 통해 양국의 선조들이 동맹과 혈맹을 이뤄내기 위해 얼마나 희생을 치뤘는지 배울 수 있다면 이번 양국 정상의 첫 만남은 큰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닌가 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