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봉평 허브나라’에서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까지
이효석의 명작 중 걸작 <메밀꽃 필 무렵>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름 장이란 애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 선달을 나꾸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붓하게 사 본 일 있었을까. 내일 대화장에 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중략)
평창의 여름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시작한다. 이런 평창에 자랑거리가 또 있다. 허브마을이다. 지난 2년 코로나로 숨도 제대로 못 쉬던 이곳에 생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오는 6월 하순 평창영화제 가는 길에 허브마을에 들러야겠다.
허 생원은 동이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되고 소설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동이의 탐탁한 등허리가 뼈에 사무쳐 따뜻하다. 물을 다 건넜을 때에는 도리어 서글픈 생각에 좀 더 업혔으면도 하였다.
“진종일 실수만 하니 웬일이오, 생원.”
조 선달은 바라보며 기어코 웃음이 터졌다.
“나귀야. 나귀 생각하다 실족을 했어. 말 안 했던가?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말일세. 귀를 쫑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는 것이 나 귀 새끼같이 귀여운 것이 있을까? 그것 보러 나는 일부러 읍내를 도는 때가 있다 네.”
“사람을 물에 빠치울 젠 딴은 대단한 나귀 새끼군.”
허 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 을 끓여주고. 내일 대화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