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나무가 먼저였다’ 박노해

기억 속 시골 미루나무는 더벅머리 총각 이미지.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풋풋한 호연지기의 표상이기도 했다. 추억은 항상 아름다울까. 향기롭던 추억이 세월의 더께를 뒤집어쓰면 구슬픈 추억이 되기도 한다. 아픈 추억은 잊고 싶고 행복한 추억은 내내 기억하고 싶다. ‘인생 편집력’의 기본은 나쁜 일을 줄이고 좋은 일은 늘리는 것. 부정적인 과거는 털어내고 꿈의 설계도에 현재를 다 걸어라. <사진=김용길 동아일보 기자>

나무가 먼저였다
사람보다도

나무가 오래였다
역사보다도

나무가 지켜줬다
군사보다도

나무가 치유했다
의사보다도

나무가 가르쳤다
학자보다도

나무가 안아줬다
혼자일 때도

나무가 내주었다
죽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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