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②] 완치 어렵고 ‘천천히 말하기’ 등 장기간 치료해야
실어증(失語症, Aphasia)이란 언어장애로서, 특정 뇌(腦)영역에 문제가 발생하여 언어를 이해하거나 구사하는 능력에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이다. 뇌에 병이 발생하였을 때 그 증상은 병의 발생 부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의 뇌 무게는 1.2-1.4kg이며, 뇌의 겉면을 둘러싸고 있는 대뇌피질(大腦皮質)은 두께가 4mm정도이지만 부위에 따라서 감각, 운동, 언어기능을 포함한 고위 인지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언어기능은 대부분 좌측의 뇌에서 담당한다. 특히 오른손잡이의 언어중추는 대부분 좌측 뇌에 치우쳐있고 왼손잡이의 경우에는 48-66%가 좌측 뇌에서 언어기능을 담당한다. 실어증은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에 병이 발생하여 언어기능에 이상을 초래하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게 된 상태로 언어의 처리 과정에 장애가 생겨 언어의 이해와 합성에 이상이 생긴 경우이다.
언어기능은 스스로 말하기, 알아듣기, 따라 말하기, 이름대기, 읽기, 쓰기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의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실어증은 언어와 관련된 뇌의 구조 중 손상 부위에 따라 임상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 병이 발생하게 되면, 주변의 뇌 부위를 같이 침범하게 되어 편마비(片痲?), 구음장애(構音障?), 감각이상 등 다양한 증상들이 동반된다.
실어증은 크게 브로카 실어증(Broca’s aphasia),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 전도 실어증(conduction aphasia)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브로카 실어증(motor/운동 실어증)은 아래이마엽의 후방에 있는 브로카 영역(말을 산출하는 영역)이 손상되어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
베르니케 실어증(sensory/이해 실어증)은 위관자이랑의 후방에 있는 베르니케 영역(말을 이해하는 영역)이 손상되어 말은 유창하게 할 수 있지만 말에 조리가 없으며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전도 실어증(fluent aphasia)은 활꼴다발에 국한된 병적인 변화로 인해 따라 말하기 장애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창성이나 이해력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실어증의 원인은 언어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뇌의 구조를 침범할 수 있는 질병들이 모두 가능하다. 가장 흔한 질환으로 뇌졸중(腦卒中)이 있으며, 그 외 뇌종양(腦腫瘍), 뇌염(腦炎), 치매(癡?), 두부 외상(外傷), 심리적 충격이나 정신질환 등 다양하다. 뇌졸중의 실어증 증상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며, 뇌종양이나 감염에 의한 경우에는 비교적 느리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종양은 발생위치가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발생하면 실어증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은 뇌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腦梗塞, cerebral infarction) 혹은 터지는 뇌출혈(腦出血, cerebral hemorrhage)로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서 뇌의 조직이 죽게 된다. 뇌의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는 중간대뇌동맥이라는 혈관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게 되는데, 그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게 되면 중간대뇌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으로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안 되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실어증은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에 실어증 증상으로는 묻는 말에 적절한 대답을 못하고 혼자서 중얼거린다든지, 본인은 말을 하고 싶으나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말을 못하는 경우 등이 나타난다. 진단은 문진(問診)으로 스스로 말하기, 알아듣기, 따라 말하기, 이름 대기, 읽기, 쓰기 등 환자의 6개 언어기능을 체크하여 이상 유무를 조사한다.
‘스스로 말하기’는 환자에게 질문을 던져서 환자의 자발적 언어 표현을 유발하여 그 정도를 판단한다. ‘아침식사 반찬은 무엇인지’ ‘병원에 어떻게 왔는지’ 등을 물어볼 수 있다. ‘알아듣기’는 간단한 질문에 정확하게 반응하는지 물어본다. 예를 들어 “눈을 감아보세요” “주먹을 쥐어 보세요” 등을 질문한다. ‘따라 말하기’는 한 음절이나 여러 음절의 단어, 문장을 환자에게 불러주고 이를 따라하도록 한다. ‘이름 대기’의 경우 실물이나 그림을 환자에게 보여 주고, 그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읽기’는 신문이나 책을 환자에게 보여 주고, 읽어보라고 한다. ‘쓰기’는 단어나 문장을 환자에게 불러 주고, 직접 써보라고 한다.
실어증 검사도구에는 △실어증 종합검사 △실어증 선별검사 △실어증 심화검사 등이 있다. 실어증 종합검사에는 웨스턴 실어증검사(Western Aphasia Battery), 보스턴 실어증 진단검사(Boston Diagnosis Aphasia), 미네소타 실어증 감별진단(Minnesota Test of Differential of Aphasis Examination), 포치 의사소통 검사(Porch Index of Communication) 등이 있다. 실어증의 양상 및 동반된 인지 기능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하여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한다. 신경심리검사 중 언어기능평가 영역을 통하여 실어증의 유무, 유형, 중증도 등을 판단할 수 있다.
실어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원인을 감별하기 위하여 뇌 CT 혹은 MRI 검사를 시행한다. 뇌졸중이나 뇌종양의 유무를 비롯한 뇌의 구조적인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뇌의 기능적인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뇌의 PET 검사가 도움이 된다. 이 검사는 뇌의 대사량을 측정하여 특정 뇌 부위의 기능이 감소하였는지 알아볼 때 유용하다.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뇌염(腦炎)의 유무를 진단할 수 있다. 그 외에 뇌파 검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어증 치료방법은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뇌졸중인 경우에는 재발과 악화를 막기 위해서 적절한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을 시행하고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한다. 뇌종양인 경우에는 수술치료를 통해 병변을 제거할 수 있으며, 뇌염인 경우에는 항바이러스 제제를 투여한다. 치매가 원인이면 치매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뇌 손상 발생 시, 대뇌의 일정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항진된다. 전기 자극요법은 이러한 뇌의 비정상적인 활성도를 정상화하여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언어 재활치료는 언어적 자료를 처리하는 과정을 호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치료방법이다. 실어증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치료방법을 사용하여 환자의 의사소통체계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미 손상된 뇌 조직을 정상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일반적으로 실어증은 완치가 어렵고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재활 치료와 함께 가족과의 대화나 천천히 말하기 등의 훈련을 통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