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 김일훈#23] 열네살 운룡, 무병장수하는 법을 전하겠다는 사명감에

“14세의 소년 운룡은 인적이 끊긴 그곳 마당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겼다. 일찍이 독사나 광견(狂犬)에 물려 죽어가던 사람들을 살려냈고, 부족증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던 환자를 살려내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건만, 운룡의 구료(求療) 행위를 인정하고 고마워하는 것은 잠시 잠깐에 그칠 뿐, 여전히 그를 애송이 취급하거나 아니면 비정상적인 존재로 백안시하는 무지한 인심 앞에서는 달리 항변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본문 가운데)

평안북도 의주군에 있는 천마산(天摩山)의 남쪽 중턱에는 높이가 70척 이상이 되는 수직 절벽을 따라 곧장 떨어지는 물줄기가 있었으니, 사람들은 이를 ‘등룡폭포(登龍瀑布)’라고 불렀다. 그 아래 용소(龍沼)에 닿는 폭포의 물소리는 가까이 다가간 사람의 귀를 멀게 할 것처럼 웅장하였고, 피어오르는 포말(泡沫)은 부근 1백 보(步) 이내에 상시적인 농무(濃霧)를 드리웠다.

14세의 소년 운룡은 인적이 끊긴 그곳 마당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겼다. 일찍이 독사나 광견(狂犬)에 물려 죽어가던 사람들을 살려냈고, 부족증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던 환자를 살려내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건만, 운룡의 구료(求療) 행위를 인정하고 고마워하는 것은 잠시 잠깐에 그칠 뿐, 여전히 그를 애송이 취급하거나 아니면 비정상적인 존재로 백안시하는 무지한 인심 앞에서는 달리 항변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불에 데어 다 죽어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 가족에게 토종 오이나 그 생즙을 먹이면 심장에 미친 화독(火毒)을 즉시 해소해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얘기해 준 일이 있었다. 그때에도 운룡은 ‘어린아이가 뭘 안다고 함부로 나서느냐?’, ‘버릇이 없다.’, ‘흔해 빠진 오이가 약이 된다니, 되지도 않는 말이다’라는 등의 책망과 비웃음만 사고 말았다. 당장이라도 병을 낫게 하여 활개치고 다닐 수 있게 해줄 사람들이 운룡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운룡은 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다.

일곱 해 전, 그러니까 운룡의 나이 일곱 살이 되던 해에 비 개인 하늘의 오색 무지개를 보고, ‘나면서부터 알고 있던'(生而知之) 우주의 비밀에 더하여 약리(藥理)를 환히 깨달아 공간 색소 중의 약 분자들을 합성하여 구병(救病)·활인(活人)하는 방법을 잠시도 잊지 않고 모색해 오던 중이었다.

환한 대낮에도 하늘을 쳐다보면 우주의 별들이 각기 지상에 내리쬐이고 그 별빛이 닿은 곳에 별정기를 응하여 약초가 약성분을 합성하는 것이 보였다. 운룡의 눈에는 태양빛이 푸른 식물에 닿아 당으로 화하는 것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세밀히 보이고 들판에 메어놓은 염소의 폐 속으로 공기 중에 있는 영양물질이 얼만큼 흡입되는 것까지 정밀하게 보였다.

저 멀리 숲을 바라보면 생기와 길기를 주재하는 목성의 정기를 응해 자라는 푸르른 벌나무의 잎사귀에서, 혹은 뿌리의 모세관에서 인체의 간을 이루는 청색소의 약성분이 합성되는 것이 보였다. 운룡은 멀리서 벌나무 주위로 은은히 번지는 푸르른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산야에, 공간 중에 가득 분포해 있는 약성분자를 이용하여 고통받는 병자들에게 먹일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에 잠기곤 했다. 운룡은 눈앞에 가득 펼쳐진 우주의 보물을 보면서 금강석을 캐는 우주 광부의 심정으로 깊은 산속에서 해지는 줄 모르고 혼자 시간을 보내곤 했다.

우주라는 보물 창고는 곧 자연을 일컬음이요, 그 자연 가운데에는 신비한 보물이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음을 운룡은 보고 있었다.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의 오대양(五大洋)을 수해(水海)라 한다면 그 상공은 5대 색소가 충만한 정해(精海)이다. 그 공간 정해의 오방(五方) 색소를 구분하자면 서방(西方)의 백색소(白色素)는 생기 색소로서 정해의 기(氣)를 이루고, 중앙의 황색소는 영색소(靈色素)로서 정해의 영(靈)의 근간이 되며, 동방(東方)의 청색소(靑色素)는 혼성(魂性) 색소로서 정해의 성(性)을 주관하고, 남방(南方)의 적색소(赤色素)는 신백(神魄) 색소로서 정해의 신(神)을 형성하며, 북방(北方)의 흑색소(黑色素)는 정기(精氣) 색소로서 정해의 정(精)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

그 정해는 5대 색소의 수정대해(水精大海)인 바, 셀 수 없는 세균들과 헤아릴 수 없는 성, 영(靈)·정(精)·기·신·혼(魂)·백(魄)이 존재하는 유기유신(有氣有神)의 세계이다. 그리고 청색소와 황색소·흑색소는 형체를 이루는 원천이 되며, 백색소와 적색소는 근골(筋骨)을 이루는 석회질과 강도(强度)로 화하는 금성(金性) 분자의 힘으로 원기(元氣)와 중량(重量)의 원천이 된다.

특히 백색소는 5색소 중의 주기(主氣), 즉 생기(生氣)이다. 생기는 곧 길기(吉氣)이며 서기(瑞氣)·훈기(薰氣)이다. 생기 색소인 백색소는 신비색소로서 인간의 자연 건강법과 만병의 자연 치료법의 핵심 요소가 된다.

운룡은 가슴 뻐근하게 차오르는 사명감 속에서 자신이 볼 수 있는 그 우주의 보물들을 통하여 인류의 무병장수하는 법을 밝혀 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확고히 다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운룡의 심안(心眼)은 다시 한반도 상공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반도의 상공에는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보물로 인간에게 최상의 보양제(補陽劑)가 되는 산삼의 색소와 분자가 가득 차 있다. 산삼 분자는 실로 인간의 건강법에 있어서 원기와 생명에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치는 으뜸 신비의 약성 분자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인생어인(人生於寅), 즉 인방(寅方)의 주성분인 인방 주기(主氣)로 화성한 산삼은 인삼의 시조(始祖)가 되기도 한다. 또한 한반도라는 자연 보고(寶庫)의 신비한 보물은 황금 분자와 황금 색소이니, 초목으로는 북두칠성정(北斗七星精)을 응(應)한 산삼이 화생(化生)하고, 동물로는 사향(麝香)이 화성한다.

그 밖의 적색소는 녹용(鹿茸)을 화성하고, 흑색소는 웅담(熊膽)을 화성하며, 황색소는 우황(牛黃)을 화성하고, 청색소는 용담(龍膽)을 화성한다. 불가사의한 신비 색소인 생기 색소의 원천은 청해(靑海)로서 청색 해정(海精)을 가득 담고 있는 동해(東海)인 고로, 생기 색소의 원료는 오직 한반도 상공에만 분포하고 있다. 이로써 조선 민족은 앞으로 운룡 자신이 전하는 무병 건강법과 난치병 치료법을 통하여 인류의 선도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운룡의 생각은 무변광대한 범위를 자유자재로 휘돌며 인류의 건강과 무병(無病)·장수(長壽)를 위한 탐색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람이 병들지 아니하고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살기 위해서는 신(神)의 묘(妙)인 신비 색소와 기(氣)의 능(能)인 생기 색소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해야 한다. 생기 호흡법으로는 새벽 세 시 반부터 다섯 시 반까지의 인시(寅時)에 하는 것이 좋다. 인(寅)은 생문(生門)으로서, 인시는 생기가 전성(全盛)·극강(極强)한 시간이다.

인시는 목기(木氣)가 왕성한 시간이기도 하다. 목기가 왕성하면 서방 금기(金氣)가 따라서 강하여져 생기를 이루니, 호흡으로 그 생기를 흡수하면 천지 정기를 받아들이게 되어 자연 영물(靈物)이 아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새가 나는 자세와 맹수가 먹이를 발견한 순간과 같은 용기로써 좌선(坐禪)하여 정신을 통일하면 수기(水氣)와 화기(火氣)가 균형을 이루어 쉽게 늙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한반도 북쪽 깊은 산위에서 하늘과 땅을 조망하며 지구의 보물을 캐내어 인류를 구하고지구를 영속시키고자 설계하며 운룡은 그렇게 유소년 시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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