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김흥기 시인 첫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
홍안의 소년이 백발 내비치는 육순에 이르는 과정을 두고 한 사람의 일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지금 이순과 고희(古稀)의 중간 지점에 도달한 시인, 방년 18세에 시에 입문하여 반세기 가까운 기간을 시와 더불어 살아온 시인이 있다. 그에게 시는 무엇이며, 그의 삶에 어떤 의미였고 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예순 중반 연륜에 첫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를 상재하는 김흥기 시인 얘기다. 시집 한 권을 책으로 묶어내는 일을 오래 망설였으나, 그 오랜 시간에 걸쳐 보여준 시적 행보가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한 시인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가꾸고 형성해 가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으며, 그럴수록 그 길이 보람 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터이다.
김흥기의 시를 두고 바라는 바도 바로 그렇다. 이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는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서울의 여러 면모와 풍광, 그 편린들을 스케치하듯 쓴 시들이다. 자기 삶의 터전으로서 서울과 그 갈피마다에 숨은 내밀한 모습들을 적출했다.
2부는 시인의 가족사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시들이다. 각기 가족과의 관계를 열어 보이고, 또 거기에 시인의 유년기 기억을 덧붙였다. 3부는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민주화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4부는 비교적 근작들로 삶의 주변을 살핀 짧은 시들을 포함하고 있다.
김흥기는 경북 경산에서 출생하여 고등학교 2학년 때 대구백화점 갤러리에서 삼인 시화전을 열었다. 시인이며 영문학자였던 신동집 교수 추천을 받았다. 20대 후반이던 1984년에는 다락방문학동인집 <내 사랑 이 땅에서>가 간행되었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그림동인 ‘실천'(박불똥, 손기환, 이섭, 이상호 등) 및 ‘시인'(박노해, 정규화, 김창완, 김종근)들과 함께 시화집 <어울림>을 발간·전시했다.
1987년 8월호 <심상>에 연작시 서울 스케치 ‘광교에서’, 1988년 <우리문학> 창간호 특집에 ‘할아버지의 나라’ 등 6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 시작했다. 1987년 ‘아버지의 바다’로 노동문화제 문학부문 특상을 받았다.
그는 동국문학인회, 충북작가회의 회원이며, 다락방문학동인이다. 또한 오랫동안 광고계에 몸담고 전문성을 확보한 연유로 현재 런던국제광고제 한국대표이며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글 김종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