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새봄, 스스로를 더 살펴봐야겠다

절 뜰에 새순이 돋아난 연초록 버들잎. 버들잎 뒤로 기왓골이 비친다. <사진 배일동>

관기상(觀其象)

<주역> 계사전에 보니, 현명한 사람은 그가 처한 상황을 상으로서 살피고(君子居則觀其象~), 움직일 때는 그 변화를 관찰해야(動則觀其變~), 하늘이 스스로 돕는다(自天祐之)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 어려운 일을 겪게 될 때 반드시 그 일이 처한 상황을 잘 살펴보고 무엇이 문제점이었던가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하늘이 스스로 돕는다는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괘상은 일반적인 정석이고 공식이니 그 이치를 공부하여 알고 있으면 좋겠지만, 굳이 주역의 이치까지는 몰라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때의 상황이 바로 주역에서 말하는 괘상의 이치와 같은 것이니, 실재의 현상을 잘 관찰하라고 하는 말이다.

관기상(觀其象)!

“그 상황을 잘 봐라”라는 뜻이다. 부처님도 잘 깨달으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정관(正觀)이라 했으니, 성자들의 지혜는 한결인가 보다. 성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지혜를 스스로 잘 깨치기를 권유하지, 성자의 말씀이라도 무조건 믿고 따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스스로 찾아 나서고 해결해야만이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스스로에게 달렸다. 국운도 우리 스스로에게 달렸다. 우리나라 현실의 상(象)을 똑똑히 봐야 한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는 우리 스스로 잘 보우해야 만세토록 유지되는 것이다.

현명한 자는 지금의 상(象)이 미래의 상임을 총명하게 알아채지만, 아둔한 자는 보고도 모른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치 못하고 한사코 밖에서 찾으려고 한다. 우리의 역사가 그랬다. 우린 총명해야할 때이다.

형(形)은 현상에 드러난 형태를 말하고, 상(象)은 형태를 갖추기 전에 기운이나 조짐을 말한다. 그러니까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들을 수 없는 그 조짐의 상을 잘 봐야 한다. 이런 사람을 총명하다고 했다. 총명(總明)은 형체 없는 것에 듣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총(總)은 안 들리는 소리를 들은 것 (總者?於無聲)이고, 명(明)은 형체 없는 것을 본다(明者見於未形)는 것이다. 우린 국가의 수준에 맞게 총명해져야 한다.

<양화소록>(養花小錄)의 저자인 강희안 선생은 꽃과 식물들을 기르는 의미를 관물성신(觀物省身)에 두었다고 한다. 꽃과 나무의 생장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본다는 관물정신을 그는 취미생활에서 실천했던 것이다. 새봄을 핑계 삼아 밖으로 번다한 처세를 거두고 스스로를 더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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