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 명창의 렌즈 판소리] 떳떳한 생령들, 꽃과 새

떳떳한 생령들 <사진 배일동>

자연의
의로움은
소박하고
간결하네.

그들 처소는
썩은나무 한가지와
돌팎 한귀퉁이면
충분하네.

떳떳한 생령들 <사진 배일동>

인간들은
천지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쓱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이로움만
깎듯이 따져
양심을 내팽개친지 오래되었네.
말끝마다 견리사의를 말하지만,
이로움을 땔감삼아 의를 삶아 먹으면서도
스스로 의롭다고 자처하네

세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뭇 생령들은
천생 천분에 따라
분수에 맞게 살다가고,
영리한 만물의 영장은
스스로의 이로움만 좇다가
한평생을 하찮은 탐욕속에
허우적거리다가 허망이 가네.

떳떳한 생령들 <사진 배일동>

호랭이와 사자 같은 맹수도
제 배부르면 더이상 탐하지 않드만,
인간의 탐욕은 끝없어 오지랖 넓게도
세세손손의 이로움까지 알뜰이 챙기면서
한사코 의로운 인생이라고 자부하네.

나라의 흥망성쇠도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로움 때문에
대의명분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스스로 탕탕요리를 해먹고서도
지성인인 체 지식인인 체하며,
하나님 예수님 부처님 상제님
여러 천지신명들 앞에서도
뻔뻔하게 잘난 체하고 살아가네.

사람다움과 지성은
그렇게 쉽게 오는 것이 아닌데,
옆구리에 경전만 끼면
다된 줄로 굳건히 믿고
말로는 대의명분을 달고 살면서도
탐욕이 넘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스스로 환히 알면서도
안그런 척 뽐내고 사네.

떳떳한 생령들 <사진 배일동>

예수님과 석가님의 지성은
부귀공명과 무관하여
진리와 진실과 대의에 따라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고,
틈만 있으면 베풀고 나누는 것이
사랑이고 자비라고 하는데,
그들의 지성은 고작 세금 하나로
와그르르 와그르 무너져 버리고,
또다시 버릇처럼
천지신명과 성자 앞에서서
뻔뻔스럽게 두손 모으네.
하늘님께옵서 진리와 진실을
돈으로 사고 팔지 못하게 해놓은 것은,
정말인지 신의 한 수다.

앞서간 사람들의 삶을 보니
인생의 값어치는 따로 있던디,
찢어지게 가난한 울아버지 울엄니들은
한사코 대의를 생각하여 처세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했는디,
요즘 어른들은 귀한 자식들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탐욕을 솔선하면서,
그래야 산다고 하면서,
잘못된 삶의 명분을
스스로 아낌없이 보여주네.

어쩔겐가 그래도 함께 살아가야할
소중한 우리의 이웃인디,
그냥 털털하게 웃고
모른 체하고 살아가야제.
우리 역사의 강은
그렇게 흘러왔으니
그냥 그렇게 가야지.

아직은 꽃처럼 살아가는
인생들이 많으니,
이땅이 정토(淨土)임은 분명하리라.
곧 한 줌 흙으로 돌아갈
하잘 것 없는 나
어찌하면 나머지 인생을 잘 살다 갈까,
갓 피어난
저 어린 꽃들에게 물어본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