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인터넷주소자원법’ 입법 헌신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형태근 미카엘 방통위 상임위원

때 아닌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월 24일 새벽 6시 세검정성당 형태근 미카엘님의 장례미사에 참석하였다. 천국 환송예배 때 하나님 앞에서 삶을 보증하는 보증인이 한 사람이라도 더 있으면 그리로 가실 때 도움 되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맘이었다.

형태근 미카엘은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보통신 정책국장과 상임위원 등 공직자로 있으면서 늘 약자와 정의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형태근 상임위원은 불의에 의해 정당한 권리를 침해 받는 땀 흘리는 경제주체를 보호하기 위해 앞장섰다.

그는 21세기 인터넷시대, 경제주체의 주권과 경제권을 국가가 법안으로 지켜주고자 자신의 지혜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형태근 위원은 수많은 반대와 음해, 위협을 무릅쓰고 정부입법으로 2009년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개정 입법을 하였다. 이 법안은 인터넷시대 전 인류를 위한 인터넷에서 주권·경제권을 지켜주기 위한 법안이다.

조금 길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덧붙인다. 가령 전화시대 모든 전화가 114로만 돌려진다면 전화번호를 알린 만큼 해당 기업과 중소상공인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반대로 114는 기업들이 알린 비용만큼 모든 전화가 114로만 걸려 오기에 기업의 노력과 땀의 가치를 공짜로 얻는 부당한 구조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이 매일 114를 위해서 일하는 형국이나 다름없다.

이런 구조가 방치된다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사실상 사업을 할 수 없거나 생존을 거의 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전화가 기업에게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기업의 땀과 가치를 114로 몰아주는 나쁜 무기가 되는 이치다. 모든 기업은 마케팅을 하면 할수록 피해 보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시대인 지금도 마찬가지 일이 지난 20여년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정부가 보호하는 브랜드-기업명/상표명-를 알리면 알릴수록 그들의 고객은 ‘인터넷114(포털)’로만 가고 있다. 모든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소속 회사 이름으로 전화처럼 한번에 가지 못하고 인터넷114(포털)로만 가게 된다.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자신들의 고객을 인터넷114에 빼앗기고 있다. 기업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면 알릴수록 그 이름을 ‘인터넷 입구’인 ‘주소창’에서 입력한 고객이 모두 인터넷114로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빼앗긴 자신들의 고객을 되사오기 위하여 인터넷114의 우선안내 광고(키워드광고)를 통하여 허리가 휘는 광고비를 지불한다. 그 금액이 형태민 상임위원이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개정 입법을 하던 2009년 당시 약 2조5천억원에 달했다.

당시 방통위 형태근 상임위원이 이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개정 입법에 나선 것이다. 그는 그같은 부당한 구조를 막기 위하여 인터넷114(포털) 관계자 및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 관계자들의 토론을 청취하고, 공청회를 통하여 의견 수렴 후 입법에 이르렀다.

그 법이 정부안으로 개정입법을 한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일명 ‘형태근법’ 또는 그의 세례명을 딴 ‘미카엘법’이다.필자가 아래 글을 쓰는 이유는 차기정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1. 2009년 정부가 정부입법으로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기업들이 고객을 지켜 기업명으로 전화처럼 모든 기업에게 직접 연결되게 하는 한글도메인법(한글인터넷주소법, 일명 미카엘법)을 개정하였다. 이 법이 대통령령으로 시행되면 모든 기업이 알린 자신들의 기업명/상표명이 지속적으로 전화번호처럼 축적되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경제주체의 생산성이 혁신적으로 높아진다. 모든 전화가 114로만 연결되고 전화번호를 알리면 알릴수록 경쟁사로 자신의 전화가 걸리는 상황이라면 이해가 될 것이다.
  1. 당시 정부안은 이미 국내표준이 있는 한글인터넷주소를 정부입법으로 보호함으로써 기업들의 고객을 지키고 경제가 선순환되도록 하는 게 개정 입법 취지였다. 수백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인터넷114(포털)의 카르텔에 의해 피해입지 않게 하기 위한 입법이었다.
  2. 하지만 정부가 올린 법안이 국회 법안소위에서 바로 시행할 수 없게 제동이 걸렸다.
  3. 법안 소위가 열리기 직전 포털과 관련이 있는 듯한 B의원이 필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그는 정통부 차관까지 지낸 분이었기에 당시 필자는 ‘정통부 후배가 올린 법안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겠지’ 하고 생각하였지만 사실은 그 반대 의도로 전화했음이 밝혀졌다.
  4. 해당 입법에 대하여 필자는 “정부가 올린 정부입법은 바로 시행할 수 있어 전국 수백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나아가 모든 기업과 정부기관조차 인터넷입구에서 주권/경제권을 지킬 수 있는 법안”이라며 “정부안대로 통과되면 작은 중소기업이 연간 3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50% 가량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5. 그런데 B의원은 내게 “그러면 절대 하면 안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었다.
  6. 이에 필자는 “절대 하면 안 되는 방법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인데, 정부가 정부입법으로 할 때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에 그냥 정부안으로 통과를 시켜주면 수많은 중소기업이 연간 수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재차 답했다.
  7. B의원은 그러면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물었다. 필자는 그때까지도 정통부 차관 출신의 그 의원은 정부입법을 후배들이 올렸기에 당연히 정부측 의견을 도와주고자 되묻는 것이라 여겼다.
  8. 이에 필자는 “표준은 국내표준, 국가표준, 국제표준이 있기에 정부가 이미 있는 국내표준을 기초로 법안을 만들어 통과하면 수많은 중소기업이 카르텔을 만든 포털로부터 해방되어 경제가 선순환될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관하여는 필자의 저서 <인터넷난중일기>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9. 한글로 된 인터넷주소가 국제적으로 표준을 만들 수 없으며, 새로 만들어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국가’ 표준보다 ‘국내’ 표준은 이미 있으므로 정부가 국내표준을 기반으로 입법하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사정을 감안해 정부가 바로 시행할 수 있는 현 표준인 ‘국내’ 표준으로 입법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10. 그런데 나중 법안소위 기록을 통해 알아 보니 B의원은 정부가 올린 이미 만들어진 ‘국내’ 표준이 아닌 ‘국가’ 표준으로 해야 된다고 강변한 사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11. 이로 인해 2009년 대통령령으로 곧바로 시행할 수 있었던 법안이 ‘국가’ 표준이 마련되기 전에는 시행할 수 없게 B의원에 의해 정부안이 수정되어 통과되었다.

필자는 애초 법안 시행을 미루려는 의도로 그렇게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후 국가표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포털과 이해단체는 ‘미카엘법’에 대해 계속 반대·방해하였다. 이후 정권은 B의원이 소속된 민주당 정부로 바뀌었다.

  1. 문재인 정부가 B의원과 같은 당 정부이기에 B의원이 제안한 국가표준을 만들 수 있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B의원은 법 시행을 알고도 미루며 카르텔을 만들어 중소기업의 고객을 가로채기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포털에게 연간 약 5조원(누적 40~50조원 추정) 밀어주기를 계속하고 있다.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에 포털 출신 임원들이 포진한 이유도 그와 관련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청와대는 왜 정부입법으로 개정한 법안으로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지원을 약속했던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고, 일자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시행하지 않았는지 청와대는 설명해야 한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한 바 있다.

더 궁금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관련 부처 장관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현재까지 미뤄지고 있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을 지난 2월 눈을 감은 형태근 미카엘님은 방통위 상임위원 시절 누구보다 안타까워 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온 몸을 던졌다. 힘없는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의 인터넷입구 고객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부당이득 취득자들의 음해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는 헌신하였다.

정통부 선배인 B의원에 맞서며 중소기업을 보호하려 만든 법안, 인터넷시대 경제주체의 주권과 경제권을 지키기 위한 정부입법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 법률’을 필자는 이제 ‘미카엘경제정의법’, ‘B의원방지법’으로 부르고자 한다.

‘미카엘경제정의법’이 2009년 정부안 그대로 통과되었더라면, 지금까지 정부가 법을 시행하지 않은 부작위로 인터넷114 포털에 밀어준 40~50조원의 천문학적 돈을 수백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상당부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힘겹게 싸운 형태근 미카엘님을 기리며 이 글을 기록으로 남긴다.

당신의 정의로움과 용기 그리고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2년 3월

넷피아 대표이사 이판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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