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에이징②] “늙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
건강한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건 바로 식습관(食習慣)이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원료가 되므로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삶에 보탬이 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다공증, 근감소증(筋減少症), 각종 성인병 등의 대표적인 원인이 잘못된 식습관이므로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웰에이징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웰에이징을 위한 건강한 식습관으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채소 위주의 식사하기, ▲해산물을 하루 75g 이상 섭취하기, ▲고기는 구워 먹기보다는 삶아 먹기,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기 등을 생활화 하여야 한다. 근육의 원료인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는 지방 함량이 적은 부위를 선택한다.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을수록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 분비가 촉진되며,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준다.
근육(筋肉)은 50세 이후부터는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므로 근력(筋力) 강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운동과 함께 근육의 재료인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절반은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여야 체내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충분히 공급된다. 단백질은 매끼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센터에서는 이용자들의 연령대에 맞춘 인문강좌도 진행한다. 시니어들의 관심사와 최신 트렌드(trend)를 반영한 건강·문화·교양 프로그램과 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두뇌튼튼’ 학습지를 통한 기억 활동 훈련도 제공한다. 웰빙, 웰에이징과 함께 장년 이후에 한 번쯤 생각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강좌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엔렌 랭어(Ellen J. Langer, 75세)는 저서 ‘늙는다는 착각(원제: Counter Clock Wise, 시곗바늘 거꾸로 돌리기)’에서 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고방식과 마음가짐이므로,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게 살면 실제로 신체적인 노화도 지연된다고 주장한다.
랭어 교수는 1981년 여성 최초로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종신 교수직에 임용됐다. 1979년에 외딴 시골 마을에서 75-80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순하고도 혁신적인 심리 실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counterclockwise study)’로 노화와 인간의 한계, 고정 관념에 대한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하며 심리학계의 일약 스타로 떠오르며 세계적인 심리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1980년 랭어 교수는 뛰어난 학자에게 수여되는 ‘구겐하임 펠로우쉽(fellowship)’을 수상했다.
랭어 교수는 1979년 뉴햄프셔주의 피터버러에 있는 외딴 옛 수도원에서 75-89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수도원 환경을 IBM 컴퓨터가 방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고, 팬티스타킹이 미국 여성들에게 막 알려진 1959년으로 되돌렸다. 노인들에게 일주일간 20년 전의 본인으로 돌아가 생활해 달라고 주문했다.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Explorer) 1호 발사, 피델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 등 1959년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되 과거 시제(時制)가 아니라 현재 시제를 사용하도록 했다.
일주일이 다 지나기도 전에 노인들의 행동은 물론 태도까지 변했다. 면접을 보러 처음 하버드대를 찾았을 땐 당시 데려다 준 친지들에게 의존했던 노인들이 수도원 도착 직후부터 모두 독립적으로 행동했다. 일주일 후엔 모두 청력(聽力)과 기억력, 악력(握力)이 향상되었으며 관절 유연성과 손놀림이 월등히 나아졌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도 좋아졌다.
랭어 교수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건 신체가 아니라 신체적인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이에 노인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과보호를 멈추면서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갖도록 하면 덜 늙는다. 노화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이들보다 평균 7년 반을 더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만일 우리의 삶이 다른 연령대 집단의 삶과 유사하다면 우리는 그 연령대 사람들처럼 나이를 먹을까, 아니면 원래 연령대 사람들에 가깝게 나이를 먹을까? 훨씬 어린 배우자와 결혼한 여자들은 평균수명보다 오래 사는 반면 나이가 훨씬 많은 배우자와 결혼한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죽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남자도 비슷했다.
나이든 사람도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가진 존재로 설 수 있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개인이 함께 노력하여 고령사회의 내일을 대비하여야 한다. 백세 장수인(長壽人)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항상 새로운 지적 능력을 추구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어울리고,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내일을 준비한다.
노화(老化)는 변화를 의미하지만 변화가 퇴화(退化)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에 나이 듦에 대한 신호를 줄이고 노년을 사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지레 나이의 감옥 속에 가둔 채 ‘노인다운’ 옷을 입고 ‘노인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다. 나이를 먹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모두 병증(病症)으로 규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건강에 관해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고, 좀 더 의식을 집중해 건강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를 위축시키는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건강과 행복에 대해 스스로 설정한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져, 몸소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수호자가 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노사연의 노래 ‘바램’ 가사의 한 소절과 같이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를 염두에 두고 생활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