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 명창의 렌즈 판소리-날과 씨②] 차기 대통령, 진실한 씨 지닌 위인 잘 골라야

도봉산 저 소나무 <사진 배일동>

모든 만물은 서로 성질이 다른 두 씨가 날줄에서 만나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또 다음에 이어질 씨가된다. 성질이 다른 두씨는 해와 달이고 사람에게는 남녀이며 동물에게는 암수컷이고 식물에게는 암수술이다.

그리고 이 두씨를 길러내는 날은 반드시 땅(지구, 土, 여성의 자궁, 암컷의 자궁, 암술)에서 이루어진다. 지구는 해와 달 어느 편도 아닌 절대중화지기(?對中和之氣)다. 지구는 만물을 길러내는 엄마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지할 것은 천지의 성질을 옛사람들은 강유(剛柔)로 분류하였는데 하늘은 남성, 지구의 땅은 여성으로 분류하였다. 그래서 “엄마는 대지와 같다”고 했을 것이다. 하늘은 해를 용(用)으로 삼았고 지구는 달을 용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래서 지구의 땅과 같은 역할을 하는 여성은 월경이 있어 달이 차고 기우는 생리과정이 분명한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성은 난자의 씨도 가지고 있으면서 지구 날줄 역할을 하는 자궁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달은 지구의 위성으로서 지구를 따라도는 천문운동이 인간생성운동에 그대로 적용된 이치다.

그래서 옛부터 혼인할 때 혼사날을 잡는 것도 여자쪽에서 잡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는 자신의 씨를 가지고 여자가 있는 동네로 장가를 가서 난자의 씨를 가지고 날을 세우고 있는 여자와 합궁해서 자식을 얻고난 후 본댁으로 새로운 가족과 함께 돌아간 것이다.

날줄인 밭은 움직일 수 없는 부동산이고 씨는 움직일 수 있는 동산이기 때문에 남자가 여성에게로 장가를 간 것이다. 식물도 새나 바람이 수술을 실어다 암술에다 옮겨야 수정된다. 동물도 한사코 암컷의 뒤를 쫄쫄 따라 다는 것이 바로 날을 암컷이 지니고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씨는 날줄에서 생성된다. 사람이 생산해내는 모든 일솜씨나 맵씨는 바로 이러한 원리로 일어난다.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모든 솜씨나 맵씨는 바로 호흡이라는 씨줄을 통해서 생겨난다. 우리 몸에서 날줄의 역할은 골근작용이고 폐와 심장운동으로 이루어지는 기혈작용이 바로 씨줄작용이다.

우리가 말씨를 만들어 내려고 하면 먼저 날줄인 성대의 골근을 세우고 그 날줄에다 심폐작용을 통한 호흡의 씨를 뿌리면 말씨가 생겨난다. 그래서 옛 의서에서는 폐를 하늘이라 했고 심장을 하늘의 태양이라 했다. 심장은 혈관순환계를 통해 온몸으로 에너지의 씨를 뿌리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모든 맵씨나 솜씨는 우리 몸에서 이러한 날줄과 씨줄의 운동으로 생겨난다.

이런 말씨가 제대로 생겨나도록 한국말과 글의 원리도 날과 씨의 원리에 따라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세종대왕은 글씨의 원리도 똑같은 이치를 적용해서 창제하셨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해와 달과 같은 두 씨는 하늘소리 초성과 땅의소리 종성이라고 했으며, 이 두 씨를 길러내는 날줄은 모음(母音)인 가운뎃소리 중성(中聲)이 맡는다고 말했다.

가운뎃소리 모음에서 성질이 다른 두 씨가 만나 조화를 이루어 한글자의 글씨가 탄생하는 것이다. 성질이 다르다는 것도 해례본에서는 분명하게 말하고있다.

“초성, 중성, 종성 글자가 어울려 이루어진 글자로 말할 것 같으면 또한 동과 정이 서로 뿌리가 되고 음과 양이 엇바뀌어 변하는 뜻이 있으니, 동이란 하늘(天, 초성)이요, 정이란 땅(地, 종성)이며 동과 정을 겸한 것은 사람(人, 중성)이다. 대개 오행이 하늘에 있어서는 신(神) 의 운행이요, 땅에 있어서는 바탕(質)의 이룸이요, 사람에 있어서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이 신(神)의 운행이요,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장이 바탕(質)의 이룸이다.

초성에는 발동의 뜻이 있으니 하늘이 하는 일이요, 종성에는 그치고 정해지는 뜻이 있으니 땅(地)이 하는 일이다. 중성은 초성의 생겨남을 받아, 종성의 이룸을 이어주니 사람이 하는 일이다. 대개 자운(字韻)의 중심은 중성에 있어서, 초성과 종성이 어울려서 음을 이루니, 이것은 또한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고 이룩해도 그 재성(財成, 조정)과 보상(輔相, 보충)은 반드시 사람에게 힘입는 것과 같은 것이다.

以初中終合成之字言之. 亦有動靜互根陰陽交變之義焉. 動者. 天也. 靜者. 地也. 兼乎動靜者. 人也. 盖五行在天則神之運也. 在地則質之成也. 在人則仁禮信義智神之運也. 肝心脾肺腎質 之成也. 初聲有發動之義. 天之事也.終聲有止?之義. 地之事也. 中聲承初之生. 接終之成. 人 之事也. 盖字韻之要在於中聲. 初終合而成音. 亦猶天地生成萬物. 而其財成輔相則必賴乎人也.” <훈민정음연구>, 강신항,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p109~111.

이 짧은 문장안에 한국문화의 철학적 사상과 원리가 그대로 함축되어 있다. 윗글의 요지를 이해하려면 한의학을 알아야한다. 옛 의학에서는 사람몸을 음양 즉 하늘과 땅으로 구분하였는데, 위쪽 머리 부분을 하늘(陽)로 보았고 뇌에서 발동하며 신기(神氣)를 주관한다고 했다. 아래쪽 몸부분을 땅(陰)으로 보았고 감정이 오장에서 발동하고 정기(精氣)의 주관한다고 했다.

그래서 한덩어리의 몸전체가 지구(土, 자궁)와 같은 역할을 하고, 머리 부분이 하늘(해, 陽, +)의 역할을 맡고, 가슴쪽의 오장이 땅(달, 陰, -) 역할을 맡아, 이 두씨가 중화지기인 한덩어리의 몸인 날줄에서 만나 상호교류 작용을 통해 수많은 솜씨와 맵씨와 말씨와 글씨들을 생산하며 생성작용을 한다고 본 것이다.

자음을 오음(五音)으로 배정했는데, 그 오음은 오행사상에 의해 오정 오미 오감 오륜과 같이 규정했다. 하늘에 오성(화, 수, 목, 금, 토성)이 땅에서는 오행이 되었는데, 그것이 오정, 오미, 오정, 오감, 오음, 오륜, 오방, 오색으로 드러난다고 한 것이 오행사상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머리에 눈을 보면 오장에 간의 상태를 알 수있다고 했다. 이러한 이치로 귀를 보고 신장, 코를 보고 폐, 혀를 보고 심장, 입술을 보고 비장의 건강 상태를 판별했다. 이러한 원리를 알아야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말하는 이치를 분명하게 알 수가 있다.

한국언어는 초성에서는 인의예지신 오륜의 뜻소리(意, 멋)가 발동하고, 종성에서는 오장이 주관하는 오정 오미 오감의 맛소리(味, 맛)가 발동하여, 이 하늘과 땅의 두 씨가 날줄인 가운데소리 중성에서 승부작용을 통해 멋과 맛과 뜻과 감정의 의미가 담긴 말씨와 글씨가 펼쳐진다는 것이 훈민정음 해례본의 핵심 요지다. 이것이 중국문화정신철학과 다른 한국문화정신철학의 독특한 천지인(天地人)원방각(圓方角)사상이다.

천지인 사상은 우주운동의 통찰로 이루어낸 천문학과 물리학과 인문학의 과학적인 정신철학이지, 맹신적인 신념으로 무모하게 믿고 아리송하게 신봉하는 미신적인 그런 사상이 아니다. 태초의 우리 조상들은 천지인사상을 이렇게 천지인문학의 정신철학으로 통찰하였는데, 후세로 올수록 무모하고 어리석은 미신적인 신념으로 왜곡되어지면서 뛰어난 한국문화정신철학을 도태시켜버렸다.

이제는 제발 그런 무모한 환상의 세계로부터 벗어나야한다. 우리 민족은 원래 얼렁뚱땅한 그런 민족이 아니다. 대우주의 날과 씨의 대강(大網)을 정확히 통찰하여 소우주의 인문정신문화에 그대로 펼쳐낸 우수한 씨를 오래토록 지녀온 민족이었다.

한국언어와 한국음악과 춤과 농악과 모든 문화정신은 이러한 천지인문학의 이치를 본으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다. 그 우수한 씨를 이어받은 지금의 우리는 날줄을 팽팽하게 세워서 그 줄에다 새론 씨를 뿌려 결실을 잘 맺어서, 다음 세대의 소중한 씨가 되도록 정말 잘해야할 때라고 감히 생각한다.

요즘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정신이 없다. 팽팽해야할 날줄의 지혜와 슬기가 느슨해져 우물쭈물거린다. 속이 텅빈 씨가 아닌 속이 알찬 씨를 잘 골라서 심어야한다. 일솜씨가 좋아 행정수행 맵씨를 깔끔하게 펼쳐 낼 진실한 씨를 지닌 위인으로 잘 골라야한다.

개인적인 정치성향이나 기호로 판단하지 말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날줄에 어떤 씨를 심어야할 지를 진실하게 봐야한다. 그 씨가 천추 만대로 유전해야할 대한(大韓)의 씨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정말 잘 골라야한다. 오늘 날씨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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