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 명창의 렌즈 판소리] 수신(修身)···국가의 품격은 곧 나의 품격

서울 주산맥의 소나무 <사진 배일동>

옛 경서 <대학?에서는 3강령 8조목을 말하고있다. 공부를 하는 세가지의 큰 강녕은 첫째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在明明德), 둘째 백성들과 함께 더불어 친하고 새롭게 함에 있으며(在親民), 셋째 이런 것들을 지극히 훌륭한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데 있다(在止於至善).

이 세가지의 뜻을 이루려면 격물(格物), 치지(致知), 정심(正心), 성의(誠意),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의 8조목을 실천해야 한다고 대학은 말한다. 즉 밝은 덕을 밝게(在明明德)하려면 격물치지하고 정심성의의 수신을 요하고, 수신을 통하여 지극히 훌륭한 경지에 이르도록 하려면(在止於至善), 제가치국평천하의 실천을 훌륭하게 수행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격물(格物)과 수신(修身)이 아닌가 싶다.

수신을 기점으로 독선(獨善)과 겸선(兼善)의 경계가 나눠어진다. 독선은 홀로 잘 수신하며 닦는 것이고, 겸선은 홀로 잘 닦아 수신이 되어 이제는 세상과 더불어 잘 닦으며 지선(止善)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닦는 것을 말한다. 수신을 위해서는 먼저 격물치지하여 정심성의를 갖추는 독선 수행이 철저하게 이루어야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기본 단계가 격물치지다.

격물(格物)이란 요즘말로 만물의 물리와 세상의 물정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경험하는 것을 말하고, 치지란 그러한 물리와 물정에 대한 실천적인 경험을 토대로 그 이치와 진실이 정신세계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을 말한다. 그래야만이 마음이 바르게 되고 삶의 뜻도 정성스럽게 다져져서 비로소 수신이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난 후에야 제가치국평천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의 8조목에서 가장 중요한 조목은 바로 격물치지라고 본다. 격물이 그릇되면 나머지 상위 조목이 다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물(物)의 격(格)을 옳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실천 조목으로 정했을 것이다. 격(格)이란 어떠한 물질이나 물건이나 물체나 물리나 물정이 내포하고 있는 실질의 모든 것을 완연하게 연구하는 실천 작업을 말한다. 그것이 격물이다.

모든 물체나 물건이나 물정이나 물리에는 그에 합당한 격식과 격조와 품격과 격식과 성격이 있다. 이렇게 모든 물(物)에 격(格)을 진실되게 알아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격물이란 단순한 지식탐구나 어쩌다 느닷없이 습득한 상식 수준을 넘어 혹독한 삶의 체험과 수행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럽게 알아채린 격물을 말한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하고 그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고 그 육체와 살갗을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궁핍하게 하고 행동에는 그 하는 바를 어긋나게하고 어지럽혀서,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해 그 할 수 없는 바를 더해주는 바이다.(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忍性 曾益其所不能)

이런 혹독한 삶의 격물을 통해 정신의 품격과 격조가 바르게 되어야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경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린 새로운 통치자를 선출해야 한다. 세상 물정의 격조와 격식과 격물의 대통(大統)을 꿰어찬 인물을 골라야 한다. 어떤 사람이 더 단단하게 격물하여 수신이 된 사람인지를 우리는 익히 보고 들어서 훤히 안다. 일면(一面)만 보아서는 격물했다 할 수 없다. 실질이 지닌 표면(表面)과 이면(裏面)의 다방면을 훤히 들어다 보고 실행해 본 사람만이 제대로 격물치지 했다 할 수 있다. 일면만 보고 격물했다고 하는 무능한 품격을 지닌 자가 치국(治國)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국가의 품격은 곧 나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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