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끈···쉽게 끊을 건가, 어렵더라도 인내로 풀 것인가
인생을 살만큼 산 필자는 참 많은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내가 먼저 떠난 인연도 있고, 나를 떠난 인연도 많다.
가슴이 쓰라릴 때도 있다. 서로 믿고 아끼던 사람이 어느 날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날 때에는 가슴이 쓰리다 못해 아프기 짝이 없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떠났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실수 때문에 떠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인연의 끈’을 끊어내지 못한다. 어쩌면 영생을 통해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 같아서다. 아내 정타원(正陀圓)은 택배가 올 때마다 가위를 찾아 포장 끈을 자르려는 나를 말린다. 그리고 손수 매듭을 풀어 그 끈을 꼭 모아둔다. “잘라버렸으면 쓰레기가 되었을 텐데 예쁜 끈이니 나중에 다시 써먹을 수 있잖아요!” 하고 웃는다.
인연도 마찬가지다. 잘라내기보다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혹시나 얽히고설킨 삶의 매듭들이 있다면,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인연과 연분 속에서 더불어 사는 것이 인생이다. 잠시의 소홀해 연이 끊겨 후일 아쉬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는 영생을 사는 동안 그 인연을 언제 어디서 또 만날지 모른다. 그래서 인연의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것이다. 인연 가운데는 이유가 붙지 않는 그냥 좋은 사람이 가장 좋은 인연이다. 이유가 붙어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에게서 그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날, 그 이유가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사라지게 되는 날, 얼마든지 그런 사람은 떠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나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말리지 않는다. 언제나 서로 오해가 풀리면 다시 돌아 올 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인연의 끈을 싹둑 자르지 않고 그 끈을 고이 간직해 두기 때문이다. 그래야 한번 맺은 인연이 영원할 수 있다.
오늘 목마르지 않다 하여 우물에 돌을 던지면 안 된다. 오늘 필요하지 않다 하여 도반 동지를 외면하면 안 된다. 오늘 배신하면 내일은 배신당한다. 그것이 바로 인연의 법칙이다. 그 법칙을 모르고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도움 주었던 사람들을 까맣게 잊고 배은(背恩)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비 올 때만 이용하는 우산처럼, 사람을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배신해 버리는 행위는 참으로 무참한 일이다. 우물물을 언제든지 먹기 위해서는 먹지 않는 동안에도 깨끗이 관리해 놓아야 하듯이, 필요할 때 언제고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동안에도 인연의 끈을 자르지는 말아야 한다.
내가 등을 돌리면 상대방은 마음을 돌려 버리고, 내가 은혜를 저버리면 상대방은 떠나가고, 내가 배신하면 상대방은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내게 맞선다.
‘인과응보의 원리’는 네 가지 법칙에 의해 작동된다.
첫째,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남을 괴롭히면 미래의 불행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 현재는 괴롭더라도 그것을 참고 견디면 미래가 편안해진다.
셋째, 선(善)한 일을 한 결과로 미래에 더 좋은 과보를 받는다.
넷째, 나쁜 짓을 한 결과로 나중에 고약한 과보를 받는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인(因)과 연(緣)을 자신이 만들며, 그 과(果) 또한 자신이 받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세계를 오늘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연이라는 예쁜 끈은 무 자르듯이 싹둑 잘라 버리는 것이다. 곱게 풀어 고이 간직하는 것이다. 영원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또다시 만날지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