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성경은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가?

그림 속 고대 이집트 노예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은 왜 노예제도를 폐지하라고 하지 않으실까요? 출애굽기 20장 이후에는 법률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데 가장 처음에 나오는 내용이 종에 대한 법률입니다. 하나님이시라면 이런 비인격적 제도를 단번에 폐지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성경에는 일부다처제도 나옵니다.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는 일부다처제를 통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면 한 사람이 여러 명의 배우자를 두어도 괜찮다는 것일까요?

또한 이스라엘의 인구 조사에는 남성의 숫자만 기록되었습니다. 여자와 아이는 사람도 아니라는 말일까요?

성경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당시의 문화와 사회적 인식을 하나님이 어떻게 대하셨는가’이고, 둘째로는 ‘그 문화와 인식에 하나님은 어떤 변화를 요구하시는가’ 입니다.

하나님은 인간 사이에서 형성된 문화에 결점이 많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우선 그 안에 들어오셔서 눈높이를 맞추셨습니다. 율법과 계명을 주실 때 당대의 사고방식을 충분히 고려하셨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당대의 가치관에 변화를 주십니다.

율법이 노예제도에 특별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율법에 의하면 노예를 물건이나 짐승처럼 취급할 수 없었습니다. 주인이라도 종과 그 가족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야 합니다(출 21:2-11) . 이것은 당시 노예제도에는 없던 개념입니다. 어린이와 여성같은 경우에도 인구 숫자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율법에 의하면 공동체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사람은 고아와 과부였습니다.

하나님나라는 사람이 만든 제도와 법률과 문화에 천천히 스며들다가 어느새 그것을 변화시킵니다. 이것이 하나님나라의 속성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하나님나라의 속성을 누룩에 비유하셨습니다.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마 13:33)

인류 역사에 누룩처럼 들어온 하나님나라가 인간의 나라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주종 관계 속에 형제자매라는 인식이 생기기까지 모세로부터 바울까지 1500년이 걸렸습니다. 또한 노예제도가 폐지되는데까지는 그로부터 1500년이 더 걸렸습니다.

하나님은 한 번에 갈아 엎으시거나 싹 뜯어 고칠 것을 명령하지 않으시고 사람들 사이에 서서히 스며드셨습니다. 그리고 역사 가운데 거하시며 역사를 이끌어 가십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하시는 방법입니다.

통독 출애굽기 20-23장

석문섭 목사의 오디오 잠깐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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