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재사행(土載四行)···눈덮인 대지에 ‘복수초’ 늠름한 자태

눈 속 복수초 <사진 배일동>

사행이란 오행(五行)에서 중앙 토(土)의 나머지인 목화금수(木 火 金 水)를 말한다. 옛 철인들은 오행에서 “토(土)는 만물을 받아들이고 화생하니, 만물의 어머니이자 만물이 귀속되는 곳이다”라고 했다. 이것을 토재사행(土載四行)이라고했다. 대지(大地)가 천지만물을 품고서 길러낸다는 뜻이다.

어머니는 대지와 같다고 했다. 자식을 낳고 길러내고 가족의 살림을 도맡아 경영해내는 알뜰한 그 노고를 표상해서 어머니는 대지와 같다고 한 것이다. 한국언어에서도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모음(母音)이다.

천지음양의 두 씨인 초성자와 종성자의 씨를 품고 길러내는 역할을 모음이 한다. 궁상각치우의 오음(五音)에서도 상각치우의 사음(四音)을 낳고 길러내는 것도 토(土)의 역할을 하는 궁음(宮音)이다. 궁음이 바로 엄마의 자궁(子宮)이다. 엄마의 위대함은 바로 자식을 길러내는 자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엄마의 자궁에서 나오자마자 사주(四柱)가 생겨나며 엄마의 정성으로 길러져 팔자를 평생을 펼쳐내며 살아간다. 자신이 태어난 탯자리의 궁(宮)을 모르는 것을 싹아지(-兒枝)가 없다고 했다. 아지(兒枝)란 식물에서 새로 나온 연한 줄기를 말한다. 대지는 싹을 틔우는 터전이고 싹에 움을 틔워 어린가지를 천지사방으로 밀어내며 길러낸다. 그래서 싹아지가 없다는 것은 근본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거대체계의 우주정신이 소우주인 인간과 만물의 정신체계를 낳았다고 보았다. 우주정신이란 절대중화지기(絕對中和之氣)인 지구의 토(土)에 수컷(陽)인 태양의 신기와 암컷(陰)인 달의 정기가 만나 모든 만물정신이 생겨난다고 보았다.

인간의 탄생도 그런 우주정신의 속성에 따라 수컷인 아버지의 씨와 암컷인 엄마의 씨가 절대중화지기의 중앙 토(土) 자리인 자궁(子宮)에서 만나 한 배(胚)가 생겨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아버지 씨(種子)와 엄마 씨(種子) 이 둘을 모두 존중하였다. 하지만 자연의 질서에 따라 아버지는 자신의 씨를 가지고 엄마가 사는 곳으로 장가를 가서 그곳에서 엄마씨와 합쳐 새론 종자인 자식을 얻어 다시 본향으로 돌아오는 혼인 풍습을 따랐다.

제아무리 좋은 씨를 가진 남성이라도 자신의 씨와 합을 이룰 토(土) 즉 자궁을 지니고있는 여성의 씨를 찾아가야 했던 것이다. 그 자궁이란 밭(土)에서 정자와 난자의 두 종자가 만나 새론 종자가 탄생하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한사코 여성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우린 엄마가 시집을 가더라도 엄마의 성씨를 그대로 가지고 간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들은 모두가 결혼을 하면 남자의 성씨를 따른다고한다. 이렇게 되면 그 종자의 근본이 헷갈리게된다.

만물이 어떠한 땅에서 자라나느냐에 따라 그 품질이 달라지듯이, 사람도 어떤 엄마 품에서 자라나느냐에 따라 그 성품과 기운이 달라질 것이다. 가족의 행복은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가꾸어가지만 그중에서도 엄마의 역할은 매우 크다 하겠다. 여성은 위대하다. 천하 만물을 화육하는 대지와 같기 때문이다. 근본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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