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70] ‘입속의 칼’ 거두고 정책대화를
“1일 1실언‘의 주인공 윤석열 후보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를 ”중범죄가 확정적인 후보“라고 규정했습니다. ’정직하지 못하다‘는 발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겁니다. 이 후보와의 토론을 거부하는 명분을 강조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자신의 품격 없음만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혐오발언도 쏟아냈습니다. 어제 열린 주한미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한국 청년 대부분이 중국을 싫어한다고 단정한 겁니다. 주최측을 의식해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려다 튀어나온 말이겠지만 이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닙니다. 미·중갈등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잡아야 할 국익을 해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식견 없음을 드러낸 겁니다.
어느샌가 우리나라 정치 언어의 품격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정치언어가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독기 서린 말들과 저주하는 말들로 얼룩졌습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말, 맹목적 적대감이 가득한 말들을 예사로 쏟아냅니다. 정치인을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거기에 난폭함과 무례함, 그리고 상스러움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상대를 공격하는 거친 언사는 ‘양날의 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쪽 날이 상대를 겨누었다면 다른 날은 자기 자신을 겨누게 되는 겁니다. 상대를 향한 독설과 망언이 부메랑처럼 자기를 향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경쟁자에게 듣기에도 거북한 증오와 저주를 쏟아붓는 입으로 아무리 달콤한 약속을 한들 시민들이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시민들 사이에서 정권을 교체해야겠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윤석열 후보의 결함들이 자질 평가에 별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후보에 비해서 윤 후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중의 윤리적 잣대’에 따른 ‘묻지마 지지’라며 우려했던 정치학자도 있습니다.
부인 허위경력의 미숙한 대응으로 지지율이 흔들리는 걸 겪었음에도 윤석열 후보의 실언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후보는 ‘최고의 공적 시민(public citizen)’입니다.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망언과 거친 발언이 계속되면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 후보들 모두 장미처럼 좋은 향기가 나고 희망찬 내일을 약속하는 아름다운 말들로 정책대결을 하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중범죄가 확정적인 후보“라고 한 건 이 후보가 제안한 정책토론 거부명분으로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윤 후보는 TV 토론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선거운동기간(2월 15일~3월 8일)에 여는 3번의 TV 토론은 법정 토론이라 피할 수 없으니 그것만 하겠다는 심산일 겁니다.
윤석열 후보는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 싸움밖에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TV토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자신 없음’에 대한 변명일 뿐입니다. 단독으로 하는 토론회는 참석하면서 상대후보와 함께 하는 TV토론을 피하는 건 경향신문이 지적한 것처럼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국민 앞에 취할 자세”가 아닙니다.
이번 대선은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대결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좋은 후보인지,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지 시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밖으로 돌면서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로 대선국면을 혼탁하게 만들지 말고, 카메라 앞에서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찾아 긁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호감도가 줄어듭니다.
TV토론에서도 가족리스크나 후보 본인의 문제를 둘러싼 난타전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후보의 입으로 직접 듣는 해명과 반박은 시민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겁니다. 모든 TV토론이 후보들의 약점 공격으로만 진행되지는 않을 겁니다. 국정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대안을 들어보는 다양한 정책대화가 더 많이 이뤄질 겁니다. TV토론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