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음식물쓰레기와 북한의 식량난

한국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의 약 70%가 가정과 음식점에서 배출된다. 국내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연간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1600억원이 절약되며, 5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이 생긴다. <사진 연합뉴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UN 산하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세계식량의 날’을 맞이해 음식물 낭비를 막기 위한 해시태그(hash tag) 캠페인(#Stop the Waste)을 10월 한달간 진행하고 있다.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고, 낭비 없는 식생활 실천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WF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식량 40억톤 중 3분의 1은 손실되거나 낭비되는 실정이다. 경제 손실로 따지면 연간 1조 달러(한화 약 1170조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음식물 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1만5900톤(2017년 기준)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되며, 음식 낭비로 연간 20조원 이상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

국제적 지구환경정책 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WRI)는 최근 조사에서 식량 손실과 폐기물 비율을 현재보다 절반으로 줄일 경우, 기아 퇴치와 기후변화에 관한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의 달성 및 2050년까지의 지속적인 식량 공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식량원조협약(FAC, Food Assistance Convention)에 가입한 이후 매년 쌀 5만톤을 유엔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세계 식량위기국가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진 예멘, 케냐,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 4곳에 식량을 보냈지만 올해는 시리아와 라오스가 추가돼 6곳으로 늘었다.

올해 기준 예멘에 1만8000톤 지원을 비롯해, 케나(9500톤), 에티오피아(1만3680톤), 우간다(4500톤), 시리아(3000톤), 라오스(1320톤) 등에 지원한다.

쌀 5만톤은 이들 국가의 난민, 이주민 등 300만명을 먹일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 쌀은 품질이 좋아 현지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한국의 위상도 크게 올라 지난해 말 기준 WFP 내 세계 11위 공여국이 됐다. 상위 5개국은 미국, 독일, 영국, 유럽연합, 캐나다 등 전통적인 선진국들이다.

우리나라는 1964년까지만 해도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유엔세계식량계획로부터 식량 원조를 받았으나, 50여년이 흐른 지금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즉 식량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식량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식량 현물 원조 외에 개발도상국의 근본적인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관개시설 구축, 가축질병 진단기술 전수, 스마트팜 지원 등 다양한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원조한 쌀로 생명을 구하고(Saving Life), 한국 농업기술로 미래도 바꾸는(Changing Life)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유엔의 기아종식(Zero Hunger) 목표달성을 위해 개도국에 대한 식량 원조와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한편 윤선희 유엔세계식량계획 한국사무소장에 의하면, 올 3월에 평양에 있는 국제기구 중 마지막으로 WFP 북한사무소장이 출국했다. 현지 직원이 일부 있지만 이동 제한이 심해 농업현장을 둘러보기 힘든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이 삽으로 밭을 일구고 있다. 기름난 등으로 기계 영농은 갈수록 먼 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지난 6월 올해 북한 식량부족분을 86만톤으로 전망했다. WFP 자체 프로그램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수혜자 가운데 충분히 식량 섭취를 하는 비율이 떨어지고 식단의 다양성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악화해 주민 10명 가운데 6명이 식량 부족 상태다. 지난 1월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가 공개한 ‘코로나19 조사 보고서: 국제 식량안보 평가 2020-2030’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북한 주민 63.1%가 식량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추산됐다. 유엔은 성인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섭취해야 할 기본 열량을 2100㎉로 설정하고 있는데, 북한은 여기에서 평균 445㎉가 부족했다.

현재의 식량문제들은 여러 곳에 분산돼 있으므로 인류 전체가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음식물 낭비를 막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가장 절실하다. 음식물 쓰레기의 약 70%가 가정과 음식점에서 배출되며, 국내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연간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1600억원이 절약되며, 5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이 생긴다.

음식물쓰레기를 30%만 줄여도 가구당 15만원의 식재료비를 아낄 수 있으며, 적당량의 식사로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음식물쓰레기는 줄이면 줄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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