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이 아침 ‘단상’

가을비가 내리고 나뭇잎은 떨어져 도로를 덮을 것이다. 2021년 가을은 그렇게 저물어 갈 것이다. 덕수궁 돌담길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가 오고
햇빛의 기울기가 달라지고
아침 기온이 쑥 내려간
이 凋落의 계절

잘 적응하고 견뎌내면 겨울 나는 데
요긴한 과실들을 얻을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독신자의 벗같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부르는 쭉정이 잡고
허탈한 웃음 삼키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붓다께서는 나에게만
이런 것이 오지 않고
누구에게나 오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알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 하셨다.

어리석어 모르면 슬퍼하고
초췌해지고 울부짖고 가슴치며
산란해진다 하셨다.
이런 자를 일러 범부중생이라 한다고 하셨다.

슬기로워 누구에게나 오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알면
가슴을 치지 않고
산란함에 빠지지 않는다 하셨다.

그는 훌륭한 제자요
슬픔의 독화살을 뽑아버린 이요
번뇌를 완전히 소멸한 사람이라 하셨다.

어려움 겪고있는 모든 이들이 슬기롭게 겪어내는
가을이기를.

붓다는 그러셨다.

“늙을 수밖에 없는데 늙지 말기를
병들 수밖에 없는데 병들지 말기를
죽을 수밖에 없는데 죽지 말기를
스러질 수밖에 없는데 스러지지 말기를
끝날 수밖에 없는데 끝나지 말기를!
이 다섯 가지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얻을 수 없다.”

공부 안하고, 덜하고, 못한 사람에게도
공부하고, 많이 하고 잘한 사람에게도
늙음, 병듦, 죽음, 스러지고 무너짐은
누구에게나 올 수밖에 없다 하였다.

붓다도 늙고 병들어 돌아가시지 않았는가?
스러지지 않았는가?
<경우경>(Thanasutta)>에 나오는 말씀이다.

어쩌란 말인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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