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한인희생①강준구씨] 유족 등 도미니카에 추모학교 건립 ‘배움의 빛’ 전해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무고한 희생자 중에는 한인 21명도 있었다. 두개 동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추모의 연못 노스풀과 사우스풀에는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2983명의 이름이 있다. 9.11테러 현장인 로어 맨하탄 그라운드 제로에 세워진 9.11추모박물관에는 한인 희생자 21명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한인 희생자들은 노스 풀에 경희 케이시 조, 파멜라 추, 프레드릭 한, 강준구, 앤드류 재훈김, 로렌스 돈 김, 구본석, 린다 이, 리처드 이, 스튜어트 수진 이, 박계형, 크리스티나 성아 육, 대니얼 송씨 등 모두 13명이, 사우스 풀에는 대니얼 이, 이동철, 수 김 핸슨, 이명우, 이현준, 진선 박 웰스, 데이빗 이, 아놀드 임씨 등 8명 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시아엔>은 이들의 사연을 독자들께 전한다. 먼저 언론에 알려진 한인 희생자 이름을 인터넷에서 찾아내고, 추모박물관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름을 검색해 사진과 이야기를 직접 카메라로 찍어서 기사에 첨부했다. 또 인터넷 등에 있는 희생자 가족이나 지인들 인터뷰 등을 찾아 기사에 붙였다. <편집자>
강준구(Joon Koo Kang, 1967년 1월 1일 ~ 2001년 9월 11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란 강준구씨는 14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왔다. 4남매 중 장남이었던 강씨는 여동생 3명을 위해 영어를 가르치고 매일 쪽지시험을 봐주기도 했다. 성인이 된 후 강준구씨는 아내(도희)와 함께 뉴저지주 리버데일에 정착한 뒤, 딸 2명과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사고 당일, 강준구씨는 북쪽 타워(1번 빌딩) 104층에 있던 채권거래회사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증권시스템 분석가로 일하고 있었다.
사고 이듬해인 2002년 강준구씨의 여동생들이 피츠제럴드사의 9.11 추모 웹사이트에 올린 글은 수많은 한인들 마음을 울렸다.
“준구 오빠. 우리는 한번도 오빠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게 한없이 아쉬워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오빠가 우리의 마음을 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날 아침 독감이 심하게 걸렸는데 왜 굳이 출근을 했나요. 차라리 하루 전날에 발표된 해고자 명단에 포함되는 것이 나았을텐데요.”
2006년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준구씨 부모님(강성순·강필순)은 먼저 보낸 아들을 대신해 선교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1년에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에 아들의 이름을 딴 학교 ‘준구메모리얼스쿨’을 열었다. 교회 신도들과 종잣돈을 보태서 지어진 이 학교에는 150명 가량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한편 당시 캔터 피츠제럴드사(당시 사장 하워드 루트닉)는 강준구씨를 포함해 뉴욕 사무소 전직원 960명 가운데 658명을 잃었다. 루트닉 사장은 생존 직원들과 회사를 다시 일으켰으며, 9.11 테러 유가족들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매년 9월 11일은 자선의 날(Charity Day)로 정해 당일 벌어들인 모든 수익을 희생자 가족들에게 기부했다. 또 희생 임직원 자녀들이 원할 경우 회사에 채용하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