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전쟁②] “백신 접종 늘리는 게 유일한 해법”

파키스탄 카라치시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회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동남아 5국(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의 올해 신규 확진자(1주일 평균) 증가율은 무려 752.2%에 달했다. 즉 작년 말 1만249명이던 신규 확진자가 올해 7월 말에는 8만7397명으로 폭증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인도는 올해 증가율이 91.9%로 상황이 심각하며 의료 체계가 붕괴되다시피 했다.

한편 미국은 올해 7월 말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6만3361명으로 지난해 대비 66.4%가 감소했으며, 영국도 3만2275명으로 24.7% 감소했다. 한편 일본은 5,078명으로 42%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1595명으로 59.5% 증가했으며, 위중증 환자는 8월 16일 0시 기준 353명으로, 지난달 31일부터 16일째 3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란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을 시행하거나 인공호흡기, 인공심폐장치(에크모, ECMO) 등을 사용해 격리 치료 중인 환자이다.

동남아에는 값싼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거점이 된 나라가 많다. 동남아 최대 수출 기지인 베트남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수십명에 그치면서 ‘바이러스 청정지대’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 6-7월 확진자가 수천명대로 급증하더니 최근에는 1만명이 넘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도시 간 이동제한, 공장 근로자 출퇴근 금지 등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봉쇄 조치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이 계속 지연돼 부품 및 원자재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 공급 지연 사태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세계 2, 3위 수출국인 중국과 독일에선 지난달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하여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출항해야 할 수출품의 발이 묶였다.

확진자 절대 규모가 줄지 않는 한 시간을 두고 위중증, 사망자가 늘 수 있다.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위중증이 적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병이 있을 경우 중증으로 발전하고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8월 15일 기준 20-40대 사망자는 36명(20대 6명, 30대 11명, 40대 19명)이다. 전문가들은 4차 유행 초기부터 확진자 수가 늘면 젊은 층에서도 위중증 및 사망자가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데도 좀처럼 확산세가 잡히기 않자 코로나19 대응을 달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는 확진자 수가 줄지 않으니 방역 체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주장이며, 다른 하나는 확진자 억제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 위주로 방역 체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영국과 싱가포르가 코로나와 공존(With Corona)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접종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국은 1차접종 69%, 접종완료 59%이며, 싱가포르는 1차 76%, 완료 68% 접종률로 인구의 3분의 2가량이 접종을 마쳤다.

한편 우리나라는 8월 13일 현재 1차접종은 42.8%, 그리고 접종완료는 17.4%에 불과하다. 이러한 접종률에서 위드 코로나 전략으로 갈 경우 확진자가 급증할 위험이 있다.

국내에서 최근 3주간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48.0%, 61/5%, 73.1%로 급상승했으며, 1-2주 안에 검출률이 90%이상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델타는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2.5배 높고, 인체에서 바이러스를 최대 1260배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변이 바이러스로 감염 상황이 급변하면서 ‘전 국민 70%(3600만명) 접종으로 집단면역 달성’이란 정부의 목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며,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2차까지 접종을 마치는 시점을 11월에서 10월로 앞당긴 것이다. 국민 70%면 3594만명이며, 8월 15일 기준 1차 접종 2236만명에 접종 완료자는 973만명이다. 이에 하루 100만명을 매일 맞히면 70% 접종에 도달할 수 있다.

문제는 18-49세 청장년층(2247만명)이 적극적으로 접종 예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18-49세 접종 예약 대상자(기접종자 제외 1576만명) 중 실제 예약을 마친 비율은 60.4%에 불과하다. 이는 60-74세 고령층 예약률(80.7%)보다 크게 떨어지므로 이 같은 추세가 바뀌지 않으면 ‘70% 접종 목표’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우리나라 국민 4200만명 정도가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이다. 정부가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하면서 예방 접종이 늦어지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코로나19에 걸리더라고 위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지금은 백신 접종을 늘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국내 첫 환자가 2020년 1월 20일에 발생한 이후, 어느덧 1년6개월이 흘렀다. 현재 국내 확진자가 22만8천명, 사망자는 2100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올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과 4차 대유행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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